[인사이드]노조도 정부도 '시대착오'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6.07.19 07:47

건설노조의 포스코 점거..정부 유화제스처 사태 악순환 원인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 사태는 '구태의연'의 총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한다 해도 법적 교섭 상대인 사용자(전문건설협회)가 아닌 제3자(포스코)의 사무실에 쳐들어가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것 자체가 무지막지한 옛날 방식이다.

자본가와 노동자, 강자와 약자라는 이분법에 기댄 저항논리로는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요즘의 시대 감각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 노동자가 때로 더 강하고, 분배 정의는 불법 투쟁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며, 무분별한 싸움판이 모두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을 통해 체득하고 있다.

법이 보장하는 노사교섭 절차를 본질적으로 훼손하면서 비당사자(포스코)를 이익관철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위 자체가 그들이 내건 어떤 명분도 무효하게 만든다. 여기에 포스코 직원들을 감금하고 경찰관에게 뜨거운 물을 퍼붓는 과도한 폭력행사는 이들에 대한 일말의 연민마저도 거두어 들이게 한다.

노조 지도부는 1980년대의 투쟁방식으로 21세기 국민기업 포스코를 점거했다. 약자의 애절한 항변으로 들리는 게 아니라 '인질'의 목에 칼을 대고 위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략, 전술이 모두 실패다.

그러나 더욱 이상한 것은 이 낡은 점거투쟁을 지켜보던 정부가 뒤늦게 나서 옛날 방식으로 보조를 맞춰주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8일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노동부 등 관계장관 합동으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건설노조의 불법·폭력행위가 이어질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지만 점거농성을 자진해산할 경우 교섭을 주선하는 등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게 담화문의 요지다.

말이야 백번 옳다. 그러나 곰곰 뜯어보면 이상한 것 투성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닌 특정 지역의 건설노조가 불법으로 원청업체 본사를 점거한 사건이다.


과연 3개부처 장관이 회의를 열고 담화문을 정리해 발표했어야 할 일인지 의문이다. 덕분에 포항지역 건설노조는 정부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우리가 이렇게 움직이니 정부가 긴장하는구나'하고 오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담화를 발표하려면 점거 초기에 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불법행위가 6일째 이어지고 공권력 투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와중에 나온 이 같은 담화문은 '불법 엄단'보다 '최대한 선처'쪽에 해석의 무게를 두도록 만든다. '사정은 알겠으니 이제 그만하는게 어때'하는 식의 유화적 제스쳐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만큼은 좋게 끝내는 게 능사가 아닌 것 같다. 사고 없이 넘어가는 건 좋다. 그러나 적당히 덮어 두는 옛날 방식의 대처는 또 다른 불법 점거, 또 다른 '인질'을 만든다. 이웃과 공익을 위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건 법 안에서 할 일이다.

건설노조 상위단체인 민주노총이 포스코 점거 농성 동조 시위를 계획하며 조건없는 중재와 교섭을 종용하고 있는 것도 왜곡된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노총을 포함한 불법 점거 동조자들은 포스코를 끼워 넣으려 한다. 포스코가 건설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발주사로서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특정 기업에 분배정의 실현의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이건 교묘한 전도(轉倒)다. 물론 원ㆍ하청업체 사이에 낀 비정규 건설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그건 포스코라는 특정 기업의 과제가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할 일이다.

속된말로 '포스코를 조져서'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거라면 그나마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포스코로부터 뭔가 직접적인 이익을 끌어내려는 시도라면 절대로 막아야 한다. 이미 포스코의 손실이 1000억원대에 이른다. 이구택 회장은 국제회의 도중 되돌아 왔다. 이런 시도가 한번 성공해 재탕 삼탕 되풀이 되면 배겨낼 기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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