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신뢰의 위기

머니투데이 정희경 경제부장 | 2006.06.29 12:29
"친기업적 정책을 펴도 기업들이 믿지 않는다. 이미지가 고착된 때문이다." 퇴임을 앞둔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만나 `참여정부'의 고민을 이렇게 해석했다.

기업인 출신의 이 시장이 신뢰 부재를 언급한 것은 고용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였다. 그는 서울시가 벌이고 있는 `노숙인 일자리 갖기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서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도 일자리 마련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국내에서 투자를 해야 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노숙인의 수가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줄지 않자 마련된 서울시의 `프로젝트'는 일자리를 찾아준 후 일당(5만원)의 절반을 기업과 분담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숙인의 자활을 돕자는 취지다.

이 시장은 현재 참여 인원이 1400여명에 이르고 기업이나 노숙인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면서, 일자리가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시장은 참여정부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이 가운데 최소한 `신뢰의 단절' 대목은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정부에 대한 반감, 시쳇말로 `비호감'은 이미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민의 반감과 불신은 정책효과를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최근 정부의 경기인식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놓고 나오는 비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올해 5% 안팎의 성장을 예상한다. 이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며 안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하락 등 대외여건의 악화와 맞물려 체감경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부양책을 주문하는 이들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아직 경기를 비관하기는 이른 것 같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관별로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이 5.5%로 가장 높고 한국경제연구원이 4.6%로 가장 낮다.

낙관과 비관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정부의 진단도 무리한 것이라고 매도할 수만은 없다. 정부가 직전 하강기에 부양책을 쓰지 않은 탓에 성장세가 과거보다 견실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더라도 정부가 "우리는 잘 하고 있다"고 강변하면 비판의 강도는 세지는 분위기다. `비호감' 여파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28일 경제 5단체장들과 만나 "최근 경기회복세가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용 증가세가 예상보다 완만하다며 기업들에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여줄지는 미지수다.

정부에 대한 `비호감'이 과도한 탓에 `기술적 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비호감'이 `호감'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대책보다는 신뢰의 위기를 극복하는 `친근한 정부 만들기' 프로젝트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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