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과 폭락

봉준호 외부필자 | 2006.06.05 12:02

봉준호의 살맛나는 부동산

A는 G백화점 명품관에 L핸드백 판매점을 차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L핸드백은 불티나게 팔렸다. L핸드백은 가격을 조금씩 올려받았다. 핸드백이 고가로 팔리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계층간의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도 생겼다. 힘있는 N씨가 개입했다. “핸드백은 지나치게 비싸다. 얼마 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지금사는 사람들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A씨와 고객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지금 일부지역의 집값은 20%쯤 버블이다. 그러나 폭락은 불가능하다. 20%가 빠지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대개의 경우 집은 재산의 중심에 있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며 꼭 필요한 실사용품이다. 따라서 하방경직성이 강하고 시류에 따라 던지기 어려운 물건이다. 더욱이 그 물건을 구입하는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기에 더욱 그렇다.

◆ 왜 주요지역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가?

① 5억에 사서 25억된 사람들

유명 APT 50평형대는 평당 5,000만원이다. 25억원... 몇 년전만해도 코스닥 기업의 자본금에 맞먹는 큰 돈이었다. 2000년초 벤쳐거품은 집값거품으로 이어졌다. 버블지역 25억의 집주인들의 상당수는 5억에 산 사람들이다. 새아파트의 폭등은 주요지역의 헌 아파트에도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택소유자들의 상당부분은 샐러리맨이나 은퇴생활자들이며 샐러리맨의 연봉은 약 5,000만원에서 7,000만원 정도이다.

이들에게 과세되던 300만원짜리 주택 보유세금이 앞으로 3,000만원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그중 가장 세금 효과의 윤곽이 들어나는 것이 2006년말의 종부세 부과부터이다. 4월말 주택공시가격이 발표되면서 각 언론들이 앞다투어 주요아파트들의 보유세 계산을 해준다.

이 결과로 수입대비 지출이 증대해 지출의 원인이 되는 집을 팔아야 한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집을 내놓고 막상 팔기로 하니 억울한 생각이 든다. 매입시점과 주택보유기간 등 경우에 따라 차이는 나지만 수억원의 양도세 및 관련세가 확실시 된다. 이것저것 다 정리하고 나면 남는 돈이 17억, 18억원... 10평쯤 줄여서 인근으로 옮길 수 있는 돈이지만 그것 또한 “세금폭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근처로 옮기고 세금에서 비교적 편할려면 33평... 아니면 신도시나 강북의 40, 50평대로 가야한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아무런 이득도 없이 집을 줄여 가야 하는가?
집값은 올랐지만 생활규모는 축소해야하는 난감한 경우이다.
몇년전 7억에 분양받아 25억이 된 사람들 입장도 대동소이하다. 그들의 능력은 7억이지 25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입이나 형편과는 상관없이 오른집값으로 과세하는 무리한 신법(新法)이 갖는 문제점이다.

② 부자와 돈은 많고 투자할 곳은 없고…

즉시 투자할 수 있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적정 자금 규모의 2배라는 것이다. 이렇게 돈이 많아서는 돈을 빨아들이는 특단의 대책없이 어떠한 부동산억제 정책도 효과를 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10억이라는 돈은 10년 후에 20억원이 되어 있도록 노력해야 그 돈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매년 5%씩 물가상승이나 인플레가 형성된다고 산술적으로 계산하여야 하고 10년 후엔 지금보다는 조금은 나아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는 대부분 그 욕구를 맞추지 못한다. 은행예금이 돈의 지위를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면서 사람들은 오르는 쪽의 재화에 투자를 한다.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하는 시대다.

주식과 부동산을 사고 금펀드나 기름펀드에도 투자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중 믿을만한 것이 부동산인 것 같다. 장이 망가져도 주식처럼 10억이 단박에 5억이 될 확률도 적고 오름세를 타면 쉽게 2배가 되기도 한다. 회사처럼 망하거나 없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잡히지 않는 시장에 왜곡을 만드는 과다정책으로 유발되는 현 경제상황은 과잉통화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해결되기전에는 숱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심한 버블로 가고 실제가치보다 2배, 3배, 거품이 된 후에 폭락하는 최악의 경우를 맞을 수도 있다.

③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상류층의 신뢰감이 적다.

정부의 각 부처 대변인들은 매일같이 '입폭탄'을 때린다. "당신들 큰일났어", "좋게 말할 때 집 팔아라", "이법은 헌법 같은 것이다. 누구도 못고친다", "대폭락이 올 수도 있어. IMF 기억나지?" 이 경우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정부 주요 기관의 책임자들이 매스컴을 통해서 내놓은 예상들이 틀리게 나타날 경우 떨어지는 공신력과 정부가 져야하는 엄청난 짐이다. 몇 번 동안 이런경우는 반복되었다.


집값이 크게 오르자 정부는 무리한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정책을 썼다. 2003년 10월 29일, 3주택자를 세금으로 규제키로 했다. 그리고 2개월 후에 부동산이 상승했다.

그 다음 세금으로 1주택자와 2주택자를 규제하는 주요 내용이 2005년 8월 31일 발표됐다. 그리고 4개월 후 다시 부동산이 상승했다. 2006년 3월 30일 또 다른 대책이 발표됐다. 그리고 언론이 잘 쓰는 표현인 '구두개입'이 시작됐다. "국민들이 아직 세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안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세금은 엄청난 양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갑니다. 세금 공부를 좀 해보시기 바랍니다." 정부는 세금의 폭발력을 강조하지만 시장의 주택 소유자들이나 지자체들은 "그 법이 적법한 것인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오래갈 법인가?"를 주제의 초점으로 삼고 있다.

서로 생각과 주제가 많이 다르다. 결국 종합부동산세는 특정금액이상의 부동산에 부과되는 특별계층의 특별세 형식이 아닌 누진율을 적용한 재산세로 일원화 하여야한다. 그러면 6억이라는 문제소지가 많은 '중산층 구분선'에서도 벗어날수 있고 '종부세 위헌 논의'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사라질 한시법"이라는 점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과도한 세금은 얼떨결에 집값 상승으로 고액 재산가가 된 상류층뿐만 아니라 그 바로 밑 계층에게도 심리적인 영향을 준다. 앞으로 돈을 벌어서 집을 사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또 다른 부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열심히 벌어서 집을 사면 한시름 놨지만 현행법으로는 충분히 벌지 않으면 나이 먹을수록 불리하다고 느끼는것 자체도 바람직스럽지 않은이유이다. 또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있는사람들의 돈을 무리하게 뺏는다고 없는사람들이 좋아할 수준도 아닌것 같다.

④ 공급 부족한 시장 집값 떨어지나?

살 사람은 많고 살 물건은 적다. 시장의 가격이 오른 이유다. 수요에는 가수요와 투자수요, 투기수요 등 정부가 거론하는 각종 수요층이 존재한다. 충분한 공급이 있으면 시장은 내려앉는다. 과잉공급은 말 그대로 폭락이 올 수도 있다. “물량에는 장사없다.”는 주식의 격언이 그대로 들어맞는 것도 수요,공급으로본 부동산 시장이다. 지금 지방 주요도시에서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과다물량이 쏟아지면 시장 가격은 내려앉는다. 물량공급없이 시장을 잡으려는 것은 짧은 시간 내에 결과를 보고 짭짤한 세금을 걷으려는 정부의 “또 다른 생각” 때문이다. 산본, 중동 등에 집값 담합이 먹힌다는 것이 공급이 부족하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이 곳은 모두가 선호하는 특급지역도 아닌데도 그렇다. 재건축은 전부 틀어막고 특별한 대형급 공급이 계획되지 않은채 특정 시장이 폭락하기를 생각하는 것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는 '예기불안'인 것 같다.

지역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전국토의 무리한 정책과 과도한 보유세는 결국 고급주택을 건설해서 먹고 사는 건설업자들의 입에도 거미줄을 치게 한다. 현상황에서 지방의 대형단지 아파트분양이나 수도권의 수십억짜리 고급주택의 신축계획은 한동안 뒤로 미뤄야할 프로젝트다. 과도한 세금과 융자제한으로 인해서 마케팅 타켓의 상당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차별화와 고급으로 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논리도 상당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지만 좋은 집으로 넓혀가고자하는 주거에 대한 본능은 타격을 입게 됐기때문이다. 왜 정부는 국민이 좋은집으로 옮겨 갈수있도록 도와주지 않는가?

시중에 투자할 돈의 양이 부족하거나 , 금리가 7% 이상으로 올라서거나, 원하는 곳에 공급이 충분히 예상되어지면 "많은세금"이나“말폭탄”이 없어도 시장은 정상화된다.

◆ 버블과 폭락

과도한 버블은 당연히 폭락으로 이어진다. 세상의 이치는 정상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버블의 특징은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급격히 오르다 급격히 꺼진다. 어떠한 버블도 10년 이상 유지되면 그것은 버블이 아니다. 시중의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지만 그것이 심한 버블이며 반토막날 만한 거품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정지역의 "그저 과도한 상태" 그것이 현 상황인 듯 싶다. 이때 필요로하는 것은 "가로로 가는 시간"이다. 정체된 시간이 길면 길수록 버블은 정상화된다. 벽돌, 철근, 콘크리트 값과 내구재 값은 당연히 오르고 시장의 심리적 상태도 안정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은 일시적으로나마 사려는 사람도 적고 가격은 내려 팔려는 사람도 없다. 이 정도의 평온을 한동안이라도 유지하면 좋으련만…. 주의하여야 할 것은 또 다른 이슈로 한번 더 커다란 버블이 생기고 폭락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높이에 이르는 두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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