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공터 아제르와 자원·건설협력 기틀 마련

바쿠(아제르바이잔)=권성희 기자 | 2006.05.12 17:03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2박3일간의 아제르바이잔 일정을 마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로 출발한다. 노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이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 소련 유럽지역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아르메니아 등 코카서스 지역에 위치한 국가를 방문한 것도, 코카서스 국가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코카서스 3개국에는 한국 대사관이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코카서스 지방은 우리 외교의 공터”라고 표현하곤 한다.

노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은 이런 점에서 ‘외교의 공터’에 자리매김하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노 대통령은 아사모프 아제르바이잔 국회의장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번에 아제르바이잔에 와보니 방문이 너무 늦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코카서스 지역이 전략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의 관심이 너무 부족했다는 의미다.

코카서스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아시아, 중동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북으로는 러시아, 서로는 터키, 남으로는 이란과 접해 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 지역의 안정과 발전이 중요하다.

경제학적으로도 중요하다. 아제르바이잔이 접하고 있는 카스피해 일대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 최근 세계적인 에너지 고갈 속에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에 이은 차기 에너지 공급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카스피해에는 중동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에너지 자원이 매장돼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국들의 카스피해 지역 자원 개발과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한국은 카스피해 지역 유전 개발에 철저히 소외돼 왔다. 일본이 아제르바이잔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지금까지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과는 비교된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아제르바이잔 방문이) 늦긴 했지만 이번 방문 때 가진 정상회담에서 많은 협정에 서명했고 지금도 많은 협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가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번 아제르바이잔 방문의 가장 큰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한국 최초로 카스피해 유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국석유공사는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인 소카르(SOCAR)와 카스피해 중남부 ‘이남(Inam) 유전광구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MOU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남(Inam) 광구에 국영석유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 50% 가운데 일부(전체 지분의 10∼20%)를 매입하기 위한 독점적 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남 광구는 추정매장량이 20억 배럴에 달하는 대형 광구로 영국의 BP(운영권자)와 쉘이 지분을 25%씩 보유하고 있으며 SOCAR이 5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도시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아제르바이잔 건설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도 기대된다. 노 대통령의 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건설 총괄 헤이다로프 비상사태부 장관 및 교통 총괄 마메도프 교통부 장관과 각각 건설 협력, 교통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로 그동안 건설교통분야 협력이 거의 없었던 양국은 전문가·기술자 교류 및 협력과 건설시장 정보교환, 상호 수주지원 등 인적·물적 교류와 수주 확대를 위한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정보통신(IT) 분야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IT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며 “IT 분야에서의 기술 및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아제르바이잔 순방 때도 정보통신부와 아제르바이잔 통신정보기술부간에 IT 분야 MOU가 체결됐다.

이 MOU 체결로 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은 IT 정책과 무선통신, 초고속인터넷, DMB 등 다양한 IT 서비스, 정보보호, 보안 및 IT 분야에서 인력을 교류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제르바이잔과의 IT 협력을 계기로 한국은 중앙아시아로의 IT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은 또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올해안에 쌍방간의 대사관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최대한 노력을 하기로 했다.


베스트 클릭

  1. 1 "지하철서 지갑 도난" 한국 온 중국인들 당황…CCTV 100대에 찍힌 수법
  2. 2 김호중, 뺑소니 피해자와 합의했다…"한달 만에 연락 닿아"
  3. 3 괴로워하는 BTS 진…'기습뽀뽀' 팬, 결국 성추행 고발 당했다
  4. 4 "1.1조에 이자도 줘" 러시아 생떼…"삼성重, 큰 타격 없다" 왜?
  5. 5 빵 11개나 담았는데 1만원…"왜 싸요?" 의심했다 단골 된 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