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관계는

한근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2006.04.05 12:17

[사람&경영]가까운 가족일수록 더 격식 갖추며 잘 챙겨야

가족만큼 위로가 되면서 동시에 짐이 되는 존재는 없다.

일본의 어느 작가는 가족에 대해 "누가 보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얘기했듯이 가족만큼 양면성을 갖는 존재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가족 간의 관계도 세월과 함께 변하는 것 같다. 가족은 친하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의 요소가 많다.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그 기대를 충족 못 시킬 때 많은 마찰 요소가 생긴다. 아들과 딸이 그렇다. 아직도 출가외인을 부르짖으며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게을리할 때 아들 된 입장에서는 딸이 미울 수 밖에 없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똑같이 교육 받고 사랑 받고 결혼을 했는데 웬 출가외인 이란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것이다. 출가외인을 부르짖던 사람은 막상 본인의 딸이 시집가서 출가외인처럼 행동을 할 때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다.

장남과 나머지 사람들의 관계도 그러하다. 예전에야 제사를 지낼 전답이라도 물려받았지만 그렇지도 못한 지금도 장남에게 주어지는 책임과 의무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 명절, 부모님 생신, 각종 집안 대소사에서 넘버원 책임은 장남에게 있다.

다른 형제들이 똑같이 짐을 나누어 지면 별 생각이 없지만 "나는 모른다, 장남인 네가 알아서 다 해라" 하는 듯한 태도를 취할 때 생기는 분심을 누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고향에 있는 사람과 객지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고향에 있다는 이유로 모든 묘지를 돌봐야 하는 사람도 힘들지만, 바쁜 일상을 뿌리치고 풀을 깎으러 고향에 가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또 그런 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형제간의 갈등 해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잘 사는 형제와 그렇지 못한 형제 사이의 문제도 어렵다. 잘 산다고 과시하면 절대 안 된다.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티를 내면 위험하다.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형제 앞에서 이번에 간 여행지가 끝내준다고 입에 침을 튀기며 얘기할 때 상대는 관계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도와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배려하면서 진정으로 돕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가족은 친하기 때문에 더욱 격식을 갖추어야 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쓸데없는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명절 때 준비하는 음식 값도 그렇고, 사소해 보이는 세배 돈도 그렇다. 출장이나 회사 사정 때문에 자신이 갈 수 없다고 해도 선물이나 세배 돈 같은 기본적인 의무는 잊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주어야 할 사람이 여러 이유로 그런 의무를 소홀히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기 앞서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역할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학생 때에는 별 생각 없이 세배 돈을 받아도 되지만 직장을 잡은 후에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작은 선물이라도 사고, 적은 액수라도 봉투에 넣어 어른에게 드리면서 인간 구실을 해야 한다.
 
가족에 관한 가장 큰 오해는 "가족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될 것이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관계이고 조심해야 하고 잘 가꾸어야 유지가 가능한 관계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은 미워지면 안 보면 되지만 가족은 가족이란 이유로 미워도 만날 수 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을 때 미워하게 된다.(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4. 4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