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을 향한 첫 출발점은

김소희 말콤브릿지 대표 | 2006.04.04 13:15

[패션으로 본 세상]어떤 일의 출발에선 신념과 직관이 필요하다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곤란한 경우 중 하나는 '검증'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이다.

이런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하는데 과연 맞는 생각인지, 혹은 이런 방식으로 기업을 재편하려 하는데 과연 맞는 생각인지, 검증해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검증'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들은 곧잘 검증할 수 없는 생각들을 내밀곤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스포츠 브랜드가 뜬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가 스포츠 브랜드를 해도 될지를 검증해주시오'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검증이 가능하려면, 사실 조금 더 구체적인 전략들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 브랜드 중에서도 어떠한 특성의브랜드를 생각하는지, 어떤 차별점에 포인트를 두고 그같은 기획을 하게 되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점쳐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스포츠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하는데, 현재의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어떠한 전략이 필요한지 컨설팅해주시오'라는 요구가 서로에게 적합한 일이 된다. 그리하여 이같은 방식으로 용역을 정리하려 시도할라 치면, 적잖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곤 한다. '근데 스포츠 브랜드를 하겠다는 것이 아직 정해지진않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정리하긴 어렵다'는 것.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 발 한 발 굳건한 발걸음을 내딛고자 하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일단 어떤 브랜드를 해보고자 한다면, 무조건 기획부터 들어갈 게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검증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착실한 일보 일보를 전진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첫 출발에는 '신념'과 '직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보다 선명한 '가설'을 세워야 한다. 세상에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될 수 있는 실험은 없다.

아인슈타인같은 과학자도, 신이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선물은 상상력과 직관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가 천재적인 연구를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애초에 '아,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직관적 상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직관을 갖지 못하거나, 함부로 직관을 갖기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소심함이나, 여타의 성격적 요소가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해당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을 때가 가장 직관적 상상이 불가능한 경우다.

그러니 사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있지도 않은 가설에 대한 검증같은 것이 아니다. 스스로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적어도 자기 자신은 된다고 확신할 수 있도록 모호한 아이디어를 완성적 가설로 가다듬어야 한다. 이를 해낼 수 없다면 컨설턴트의 말을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새로 창업을 하거나 브랜드를 런칭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시면, 평소에 좋아하시는 일 중에서 찾으십시오'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연스레 식견을 갖추고 있으며, '취향'이라는 것도 갖고 있다.

취향은 직관과 상통한다. 무엇을 보든지간에, 좋고 싫음의 기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름의 판단 기준이 있음을 의미하며, 이런 경우, '아 이렇게 하면 될 것같다'라는 직관으로 쉽게 나아갈 수 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은 이와 관련하여 '오타쿠(Otaku)가 있어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스타벅스의 회장인 하워드 슐츠는 스스로가 커피 오타쿠였다. 그랬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커피바에서 그같은 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고, 오늘날의 스타벅스를 세울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이탈리아에 1년간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가. 그 중 오직 하워드 슐츠에게만 커피바가 새롭고 흥분되는 어떤 것으로 꽂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커피에 대해 지대한 관심과 흥미, 취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관이란 칼날의 양끝과도 같다. 경솔한 사람들이 별다른 식견도 없이 함부로 직관을 사용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사람들이 끝끝내 아무런 직관도 가지지 못하여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직관이란 아예 가져서는 안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타에 의거하여 말을 해야지, 어떻게 직관에 의존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결코 사회의 리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사에 데이타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통계조사에 의존하려 한다. 통계는 물론 귀중한 사회의 거울이며, 반드시 참조해야할 데이타지만, 언제나 혁신적 가설은 천재적인 직관에서 비롯되어 왔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TV가 나오기 전까지는 TV가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사람들에게 '내가 무얼 만들면 좋을까요'를 물어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이미 '리딩(Leading)'하겠다는 마인드는 접어 둔 따라가기식 발상임을 드러내 준다.

패션마케팅 교과서에는 '트렌드는 마케터의 직관에 의해 발견된다'라 적혀있다. 현재의 모습은 다양한 자료에 의해 밝혀질 수 있지만, 미래에 대한 가설은 결국 직관에 의해 세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이 또한 모두 직관에 관계된 문제들이다.

그러니 현명한 마케터와 허접한 마케터의 능력차에 따라 가설은 천차만별 달라질 수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경우에 따라, 누군가의 가설이 과연 허접한 것인지 적합한 것인지를 판별해야할 경우가 있다. 여기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먼저 그가 그 분야에 오타쿠가 있는지 살펴보라. 취향도 기호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의 가설이 맞을 확률은 시험답안을 찍어 맞힐 확률과 엇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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