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노준형 신임 장관에 바란다

윤미경 기자 | 2006.03.27 08:36

비대칭규제 극복, 통방융합 해결..'휴대폰보조금'도 시장원리 맞게 검토해야

노준형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취임한다. 신임 장관에 대한 반응은 안팎으로 매우 반기는 편이다. 공직에 몸담은 28년동안 그 흔한 교통위반을 한 기록조차 없으니, 신임 장관에 대한 '흠'을 잡아내야 하는 인사청문회는 심심하게도 정책청문회를 하는 자리가 돼 버리고 말았다.

노 신임 장관은 평소 업무조정 능력도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강한 지도자'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기획관리실장과 차관을 거쳐 내부승진으로 장관직까지 오른 그가 앞으로 정통부 현안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좀체로 말문을 열지 않던 노 신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정통부가 지난 10년간 고수해왔던 유효경쟁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올 연말까지 새로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의지는 통신과 방송을 아우르는 규제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고, 그 판단에 따라 '통신3강' 유지를 위한 유효경쟁정책에도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보는 것같다.

지난 10년간 정통부 정책의 근간이 돼온 유효경쟁정책은 통신서비스 선-후발 사업자간의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히기 위해 후발사업자의 경쟁조건을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설비와 가입자 기반을 갖춘 선발사업자와 백지상태에서 시작하는 후발사업자간의 경쟁에서 '유효경쟁'은 일정부분 방어막 구실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방어막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고 노 신임장관은 판단하고 있다. 유효경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공정환경 조성에 있는 만큼 이제 공정경쟁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노 신임장관의 이같은 뜻이 엿보인다. 방송사업자가 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도 통신사업자가 방송에 진입할 수 없는 '모순'되고 낡은 규제의 틀도 이 참에 바꾸고 싶어하는 것같다. '통신-방송 융합'을 성공리에 이뤄내기 위해서는 구조개편뿐 아니라 규제정책의 틀도 바꿔야 하는 탓이다.

'새 술에 새 부대'라고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정책을 청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겠다는 노 신임 장관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노 신임 장관은 '낡은 정책'에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정책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새삼 궁금해진다. 때마침 신임 장관 취임을 하루 앞둔 27일부터 '휴대폰 보조금 규제법'이 새로운 모습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노 신임 장관은 2년후 보조금 규제법 일몰을 기정사실화하며, 중간이행단계에서 벌어지는 사업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불법 보조금으로 인해 생긴 영업이익 전체를 회수하는 과징금 규제 방안도 검토해보겠다"고 하니, 시쳇말로 '걸리면 죽게' 생겼다.

18개월 이상 장기가입자에 한해 보조금을 허용하는 법이 제정되면서부터 규제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그렇다고 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초강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왠지 너무 억지스럽다. 이 법이 '규제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과징금이 낮아서가 아니다. 지난 몇년간 부과된 불법보조금 과징금은 2000억원도 넘었다. 그래도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았던 이유는 가입자가 보조금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구조로 굳어진 때문이다. 이런 시장원리와 현실을 무시하고 법을 존속시킨 것은 정통부다.

그래놓고 법을 어기면 이익금 전체를 회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통신시장의 규제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통신사업자들이 규제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노 신임 장관의 뜻과도 거리가 멀어보인다. 아이의 나쁜 버릇을 잡겠다고 '모진 매'로 다스릴 수는 없다. '매'로 인한 부작용만 커질 뿐이다. 불법보조금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시행된 법을 물릴 수도 없으니, 불법행위를 규제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선에서 진행돼야 한다. '규제의 파격'은 규제의 일관성을 흔들고 불확실성만 증폭시킬 뿐이다. 통신과 방송의 규제기관 일원화와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정통부 아닌가. 통신시장의 규제 역시 다르지 않다. 모든 규제는 일관성이 있어야 불확실성이 제거된다. 노 신임 장관에게 지금처럼 한결같은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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