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인간관계 덕분에 손해 본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 | 2006.03.21 12:05

-김정훈의 증시 따라잡기

사회생활에 있어 원만한 인간관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의 주관적인 능력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하여 남의 도움을 잘 받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는 훌륭한 인간관계 덕분에 손해 보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친하면 친할수록 더 손해 보는 경우가 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A는 C회사 내부정보를 지금 방금 접수했다. 저녁 술자리에서 C회사에 다니는 친구 B가 내부 정보를 알려줬기 때문에 머리 속에는 내일 아침에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다. 다음날 아침 A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 순으로 전화를 건다. 부모형제를 포함해서 언젠가는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지인들에게 C회사 주식을 사라고 추천한다. 회사에 출근한 A는 흥분을 가라 앉히고 주식을 산다. 그리고 A는 지인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 전화를 건다.

A와 A의 지인들은 주식을 샀고 운 좋게 주가가 올랐다. 그런데 A의 지인들이 주식을 팔려고 하면 A는 주식을 팔아선 안 된다고 한다. B로부터 들은 정보는 단타를 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정보이기 때문에 A는 A의 지인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고 보유하고 있으라고 설득한다.

그런데 주가가 내려도 A는 보유하고 있으라고 한다. A의 지인들이 손절매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A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낸다. A가 친구 B의 정보를 믿었듯이 A의 지인들도 A를 믿어달라고 호소한다.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수한 A의 지인들은 A의 말만 믿을 수밖에 없게 된다.

몇 개월이 지나 A와 B의 관계는 서먹해 지고, A와 A의 지인들의 관계는 더 서먹해질 것이다. 모두가 손해 봤기 때문이다. 정보를 준 B도 잘못이 없고, 정보를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준 A도 잘못은 없다(물론 법적으로는 잘못된 일이다).


문제는 C회사를 바라보는 A, B, A의 지인들이 정보를 늦게 받았거나 증권시장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돈이 걸려 있는 정보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만약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사업부문에 변화가 생긴다면 그 사실을 누가 가장 먼저 알게 될까 ? 당연히 그 정보의 주인이다. 주인이 주식을 싼 가격에 원하는 수량만큼 살 때까지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은 배제된다. 투자자들이 주가상승의 이유를 알기 위해 회사에 전화한다면 주식시장의 변덕스러운 시세와 우리 회사는 무관하다고 말하거나 최근 주가 변화를 설명할 뉴스가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군중들은 항상 무언가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군중들이 정보를 받아서 주식을 사는 시점과 전문가들이 주식을 파는 시점이 주로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투자자들은 특히 큰 시세가 기대되는 성장주에 대한 정보를 조심해야 한다. 성장주에 대한 정보를 들으면 지금 당장 빚을 내서라도 시장가로 사야 할 것만 같다. 성장주든 가치주든 비밀정보가 발표될 때 주식을 사고 싶다면 반드시 손절매 원칙을 생각하고 매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보를 듣고 주식을 산 경우 내가 매수 했을 때 주가가 올라가면 좋다. 그러나 주가가 내려가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팔아야 한다.

주가가 내려가는 것을 보고 이것은 세력들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겁을 주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기다리거나 아니면 더 사라고 부추기는 사려 깊은 친구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친구를 위한 조언이지만 이것은 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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