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재테크,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봉준호 외부필자 | 2006.02.27 10:43

봉준호의 살맛나는 부동산

◆ 강북 직장인의 하소연

“이 놈의 직장이 강북에 있는 바람에… 쩝!”

명문대를 졸업하고, 최고의 직장에 다니는 30, 40대 중견 직장인들이 재테크 이야기를 하다가 막판에 내놓는 푸념의 한 구절이다. 내로라 하는 정책 기관이나 주요 언론사들은 광화문에 몰려있다. 그 곳에 소속된 직장인들의 주거지 또한 상당수가 마포, 신촌, 용산, 서대문, 은평, 종로, 중구, 동대문, 일산 등의 강북 주거 지역에 포진되어 있다.

대기업 본사나 은행 본점 근무자들도 형편은 마찬가지. 김포나 인천에 둥지를 튼 항공사 직원들의 주거지 또한 강서구나 영종도 등이 당연히 많다. 조금 멀어야 여의도나 양천구 정도 갈까? 그들 또한 강남의 부동산 상승세에 대한 혜택과는 거리가 멀다.

◆ 한정된 주거의 둥지 개념

모델하우스가 문을 열면 제일 먼저 들이 닥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근 지역 사람들이다. 새 집의 구매 성향 분석에도 신축 주택으로의 이전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청약하는 사람들의 가장 높은 거주비율은 10km내의 인근 지역 거주자로 나타난다.

“나는 이 동네에서 20년을 살았습니다. 친구들도 많고, 가장 정감이 가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구도심의 재개발이 더디고, 재개발의 효과가 미미한 경우에, 자기가 태어나고 유년 시절을 보낸 곳에 토박이로 오래 산다면 재테크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도 있다. 어떻게 그곳에 살게되었든지, 일산 사람들은 파주나 김포에 관심이 많고, 분당 사람들은 용인이나 수원권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환경이고 심리인 듯 하다.

◆ 시골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상경 열차를 탄다. 우리나라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서울 사람과 시골 사람 두 종류만 있다. 서울은 날로 비대해지며, 요 근래는 강남과 그 위성 도시만 부동산이 오르는 듯 보인다. 그럼 서울로 올라오면 집이나 땅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정답은 수업료를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료에는 시간과 상실감과 고생이라는 각종 것들, 기다림과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하는 고뇌가 필요하다.

일단 시골에서 올라온 사람들은 자기 집을 전세 주고, 남의 집에서 전세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내 집에서 내가 살아야 편하고, 설움도 적게 겪는다고 굳게 믿는다. 서울생활에서 소유와거주 즉,잘 오르는 곳과 직장이 가까운 곳, 살아야 하는 곳은 분명히 구분되어 있는데도 말이다.
그 다음으로, 부동산을 ‘프리미엄’을 얹어주고 산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어떻게 금방 분양된 부동산을 며칠 후에 수억 원을 더 얹어주고 산단 말인가?”
그 솔루션을 이해하는 데는 어림잡아 10년 정도가 걸린다.

◆ 조용한 곳으로 주거를 옮기는 사람들

Y씨는 평생 4번을 이사 했다. 그 이사 이유도 동네가 시끄러워졌기 때문이다. 구도심에서 태어나 동네가 상업화되면 잽싸게 보따리를 쌌다. 팔고 떠난 집은 얼마 가지 않아서 빌딩으로 바뀌거나 상가 건물이 들어섰다. 늘상 집을 팔고 나면 얼마 후에 그 곳 땅값이 서너배 올랐다는 소리를 들었다.

집이 소란스러워 살 수 없어서 옮겨 가는데 그 곳의 부동산 가격은 왜 오르는 것일까? 부동산을 현재의 활용도로만 생각하고,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점잖은 사람들은 재테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원론으로 따져보면 주거학의 개념으로는 Y씨의 생각이 백번맞다.

◆ 세무사, 건축사, 공학도, 수학 선생, 기자, 경영학과 교수

계산과 분석력이 뛰어나고 이지적이며 수리적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남들보다 정보도 빠르고, 재테크도 잘 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들어와서 한두 시간 계산을 하다가 가지만,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제가 계산을 해보니 이 금액으로는 남는 게 없네요?”

재건축 개발 이득 비율이나, 재개발 관리 처분 금액을 열심히 두드려 봤다. 공사비, 설계비, 분양가, 기타 잡비 등… 대지 지분의 평당가도 계산해보고… 단, 완공 후 주택 가격의 미래 가치를 현재의 인근 아파트 가격과 비교하는 우를 범했다.


◆ 지방 발령자, 해외 주재원

집값이 오를 때 지방 발령은 어떻게 보면 영전이다. 레드오션을 떠나서 블루오션으로 가기 때문이다.

K공사의 C부장은 대전으로 발령이 났다. 서울 아파트 값의 30% 정도로 중형 아파트 전세를 얻었다. 1년쯤 지나니 서울 강남 부동산 폭등이라는 뉴스가 매스컴을 장식했다. 3년이 지나서, 서울로 다시 발령을 받아서 들어 오려니 떠날 때 서울 방 3개를 마련할 수 있는 돈으로 방 1개를 얻기도 벅차다.

“이거 세상이 뭐 이래?”

K차장은 동경지사로 발령받았다. 엔화가 높아서, 꽤 많은 월급과 생활비를 받았다. 아이들도 고급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잘 받고 있다. 이 정도 급여와 부대 비용을 받으면, 몇 년 후 한국에 들어가면 꽤나 잘 살 것 같았다. 지난 주 부장으로 진급하면서 서울로 들어왔다. 저런… 50평대 강남 아파트를 팔고 나간 외국 생활 6년… 이제 전 재산을 넣어도 33평형도 사기가 힘들다.

“여러분, 해외 나가실 때, 집은 꼭 그냥 두고 가세요… 쩝…”

◆ 예술가, 연예인의 빛과 그늘

예술가는 단독 주택, 전원 주택을 좋아한다. 미술 전공, 특히, 조각 전공은 넓은 공간이 필수이고, 음악 전공은 충분한 방음 시설을 필요로 한다. 영감이 떠오르는 자연과 풍광도 꼭 필요한 조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택들의 상승폭이 도심권 아파트의 반에도 못 미친다.

연예인들은 큰 단지의 아파트에 살기가 거북스럽다. 많은 사람들과 엘리베이터에서나 현관에서 부딪혀야 하고, 그에 따른 사생활에 대한 노출도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대부분 단독 주택이나 빌라에 산다. 요즈음 같이 고층 아파트 전성 시대에 단독 주택이나 빌라는 상대적으로 오르지 않는 부동산이다. 보안과 청소 시스템도 주상복합이나 타워형 고층 아파트를 쫓아가지 못한다.

◆ 공부 잘하는 자식은 재테크의 도우미

J씨의 고민은 남달랐다. 큰아들이 공부를 너무 잘 한다는 것이다. J씨는 명문대를 목표로 5년 전 상계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를 했다. 5년 전 상계동 H아파트 34평의 매도 가격은 1억4천5백만원. 대치동 E아파트의 당시 매입 가격은 31평이 2억5천5백만원이었고 1억1천만원의 융자를 은행에서 얻었다.

지금 큰 아들은 S대에 들어가서 공부 잘 하고 있다. 대치동 아파트 가격은 그 사이에 3~4배 올랐고, 몇 주 전 친구를 만나서 들은 상계동 아파트 가격은 J씨가 판 가격에서 3천만원 올라 있었다. 이런걸 보면 학군,학교,학원인프라가 부동산가격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 재테크의 우수자는 역시 사업가들

유명 주상복합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한마디로 중소기업 사장들이 가장 많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보관 중인 신상 명세서를 훑어보면, 이름은 잘 못 들어본 회사들이지만, 대부분 대표이사급들이 많은 것 같다. 재테크에도 의사 결정과 융통성, 자본 조달력과 예측력, 그런 것들이 필요한 것 같다.

무럭무럭 죽순이 자라듯이 자산을 늘려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내가 아는 영화배우 S씨는 하루에 6시간이나 운동을 하기도 한다. 턱걸이도 한 번에 50개에서 100개를 한다. 건강한 몸과 도전하는 에너지는 재테크에서도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 같다.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직장 동료, 학교 선후배를 가지고 있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고민을 들어주고, 정보를 주고,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의 소개가 재테크의 입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직장과 재테크의 함수 관계는 분명 있어 보인다.

재테크는 한 번 결정하면 바꾸기 힘든 학교나, 결혼, 군대, 직장 선택과는 달리, 시시때때로, 연속적으로 또 다른 기회로 찾아온다는 것이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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