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무시하라!

김성형 고려대 교수 | 2006.02.24 12:41

[협상학강의]상대가 비열한 협상전략을 사용할 때

어떤 협상이나 거래를 할 때 상대가 비열하고 투쟁적인 전술을 사용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자신이 합의하고 싶어하는 최고의 조건이나 저항가격에 대해서 현란한 거짓말을 한다. 어떤 이는 얼마 되지 않은 올바른 정보를 그렇지 않은 많은 정보와 함께 섞어서 제공해 상대로 하여금 많은 시간을 낭비하도록 한다.

어떤 이는 협상쟁점에 대해 자기 조직의 이해 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지도 않는다. 또 어떤 이는 실제로 지킬 의도나 능력도 없으면서 허풍을 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서류를 위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 상대가 투쟁적인 전술에 속게 해서 조그마한 이득을 얻었을 때, 쾌재를 부르고 고소해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리품에 대해 자랑한다. 이런 협상가는 1회적이고 단기적으로는 조그마한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자신의 가치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조직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치명적인 해를 끼치게 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가 비열한 투쟁적인 전술을 즐겨 사용하고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인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레슬리 제브로위츠 교수는 상대의 정직성을 구별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어떤 사람의 얼굴사진만 보고서도 이 사람이 정직한 사람인지 혹은 얼마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어떤 특정한 사람의 어린 시절, 청년 시절, 그리고 성인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고 이 사람이 얼마나 정직한지에 대해서 평가하도록 해 보았다.
사진을 평가하는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흥미롭게도 실험 참가자들은 남성과 여성의 얼굴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사진 속의 남성이 얼마나 정직한지에 대한 실험 참가자들의 평가 내용과 실제 사진 속의 주인공의 정직성 정도가 일치 했다. 어릴 때 정직하고 신뢰할만한 얼굴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똑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달랐다. 어렸을 때 정직하지 않았던 여성이 성장해서도 여전히 정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 정직하게 평가 받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성에 대해서는 얼굴만 보고도 정직한 사람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있었지만, 여성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에 많은 국가들이나 주요 기업들이 왜 여성을 협상 대표로 내세우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상대의 비열한 전술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면 상대의 비열한 전술을 그냥 '무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사실 허풍이나 거짓말 같이 비열한 전술을 사용하기 위해 상대는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 전술을 알아도 모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한다면, 상대는 자신의 전술이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허탈해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상대가 비열한 전술을 사용할 경우 잠시 회의를 중단시키고 나갔다가 들어와서는 이전에 나누었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당신이 하고 싶은 쟁점을 테이블에 얹어놓고 바로 논의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을 것 같지도 않고 상대와 관계도 좋아질 것 같지 않다면 우아한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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