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힘이 없는' CEO입니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6.02.16 13:16

[CEO에세이]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이란 명저에서 진화론을 주장했다. 생물들이 시간을 뛰어 넘는 생존 조건은 무엇인가.

공룡처럼 거대한 몸집의 괴력이 결코 아니다. 환경에 적응하면서 끊임없는 자기 변신, 진화하는 자 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세계 경영을 외치며 대마불사의 상징, 공룡처럼 군림하던 어느 재벌이 있었다. “회장님, 세상이 변했습니다.”

재벌 오너인 황제(?)에게 당시 정부의 고위관료가 그 그룹의 최후를 통지하는 자리에서 일갈했던 말이다. 그 재벌의 붕괴음보다 더욱 전율스런 굉음이 아닐 수 없다.
힘을 믿고 군림하면서 환경에 적응치 못하고 `자기변혁`(Renewal)을 외면한 오만에 대한 질타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 재벌뿐이랴.
 
오만과 아집은 자멸 초래
 
회사를 아끼는 부하들의 말을 무시하며 자기 눈에 최고의 제품이라고 만들어 의기양양 시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고객의 외면으로 참담한 참패를 당한 결과 무거운 재고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러자 반성은 커녕 오히려 놀랍게도 고객의 안목을 깔보며 발작적으로 분노하던 기업의 창업자인 오너가 생각난다. 그 역시 승승장구하던 성공과 힘을 믿고 고객과 환경을 무시한 채 오만과 아집에 빠진 것이었다.
 
일본의 경제 주간지 ‘닛케이 비즈니스’의 2001년 신년 특집기사 ‘기업100년사’는 세계 기업의 흥망성쇠를 추적했다. 주식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세계100대 기업을 선정, 25년 단위로 이들을 분석했다.

세계를 이끄는 100대 기업 가운데 36개가 1975년 이후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보다 앞서 1950∼1975년에 창업한 회사는 12개, 1925∼1950년 22개, 1900∼1925년 13개로 총 83개가 창업한 지 100년이 안 된 기업들이다.

 
바뀌 말하면 세계100대 기업중 한 세기 이상 생존에 성공한 기업은 17개에 불과하다. 생존비결은 빌 게이츠의 말을 빌려 ‘자기변혁’이라고 규정했다. 외환 위기 이후 단 3년간 30대 재벌 중 14개 재벌이 망하거나 오너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21세기 기업의 흥망조건을 ‘디지털 다위니즘(진화론)’으로 요약한다. 그것을 풀이하면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과 겸손함을 토대로 한 유연성이라 할 수 있다.
 
역삼각형 조직도가 의미하는 것
 
미국 AT&T에서 38년간 근무했던 로버트 그린리프는 가장 생명력있는 일터를 창출하기 위해 `섬기는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을 주창했다. 다른 사람을 섬기는 가운데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섬기는 리더십’의 핵심이다.
 
요즘 기업은 조직도를 과거와 달리 역삼각형으로 그리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맨 위에 사장 그 다음이 임원 그리고 밑에 사원이 있던 과거의 삼각형구조가 아니다. 그 반대다. 맨 위에 고객이 있다. 그 다음에 사원과 임원 그리고 맨 밑에 CEO가 있다.
 
CEO가 황제처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자기변혁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조직도다. 고객과 환경을 중시하고 임직원을 섬기는 CEO가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생존 철학의 소산물이 아닐 수 없다.
 
회장실 문을 항상 활짝 열어 놓는 것에 만족치 않고 FILA코리아의 윤윤수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들이 회장 방으로 찾아오기를 바라기 전에 담당자를 찾아 나섭니다. 거의 모든 결재는 현장에서 담당자들과 대화를 통해 결론을 냅니다. 또 그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내 의견에 반할지라도 담당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힘이 없는`(Powerless)CEO입니다.”haeikrh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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