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삼성만 하나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 2006.02.14 14:00

-김준형의 '돈으로 본 세상'-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8000억원을 기부하기로 선언한지 일주일.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의 참여 여부, 돈을 관리할 주체, 사용처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대응시켜 문제를 비트는 모습들도 재현된다.

사상 최대의 기부를 두고도 '잔잔한 감동'의 파문이 일기보다는 미묘한 파열음이 수반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기부'라는 표현 뒤에 '도강세(渡江稅)'라는 공공연한 본질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내는 측이나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외부로부터 제기된 '부당이득 의혹'에 대한 포기부분과 순수한 기부금액이 뒤섞이고, 개인과 법인, 현재와 과거의 출연이 한데 어우러져 굳이 8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수치를 만들어낸 것도 어색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과거의 행적과 전혀 연관이 없는 순수한 개인 기부금 2200억원만 해도 올 겨울 전국민이 모은 이웃돕기 성금보다 많다.
누구도 못할 '통 큰' 기부를 한 만큼 남들이 뜻을 '제대로' 받아들여주지 않더라도, 삼성 스스로 밝혔듯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통큰 모습을 보이는게 기부의 본질을 살리는 길이다. 그리고 다시 강을 건널 일을 안 만들면 될 터이다.

뒤늦게 '8000억원 기부'의 본질과 영향에 대한 논란을 벌이자는 건 아니다. 그 대목은 법과 제도, 시간과 사람의 몫으로 넘기고, 기부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만 눈길을 오롯이 줘 보는 시간을 갖는게 어떨까 싶어서이다.

기업들은 "우리도 내야 하는거 아냐?"라고 습관적으로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군사정부시절에나 볼수 있던 '단체 헌납'은 기업과 우리 사회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다. 기업의 본분은 오직 이익추구라는 고답적 논리도 물론 답은 아니다. 그랬다간 '지속가능경영'의 새 트렌드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다.


개인 역시 '기부는 아무나 하나, 삼성이니까 이회장이나 되니까 하지'라는 생각은 변명이 될수 없다. 우리 주변에는 시끄럽지 않게 베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한 코스닥 상장기업 대표는 늘 지폐만 사용한다. 택시를 탈 때도 물건을 살때도 지폐를 내고 잔돈을 받는다. 동전은 모두 저금통으로 간다. 비록 동전이지만 1년을 모으면 100만~200만원정도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할수 있다고 한다.

금융권의 저명한 강사 A씨는 본래 월급 외에 통장으로 들어오는 강연료는 모두 자동으로 사회복지 단체에 기부한다. 그 돈이 어지간한 월급쟁이 연봉이다. 월급 가운데 10000원미만, 혹은 1000원 미만 돈을 모으는 '끝전 모으기'를 실천하는 곳도 늘고 있다.

롯데알미늄 노조는 2003년부터 '월급 끝전 모으기' 캠페인으로 모은 713만5074원을 기부했다. 한 회사는 몇 달뒤 창립기념행사를 기부행사로 대체하는 방안을 두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전투에는 대포도 있고 소총도 있어야 한다. 대기업 총수가 내놓는 수천억원도 소중하지만, 1만원씩 2000만명이 내놓는 2000억원이 내뿜는 열기가 사회의 온도를 더 높일수 있다. 쓸거 다 쓰고 저축하려 해서는 돈이 모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쓸거 다 쓰고 좋은 일 하려면 기부는 불가능하다.

적은 돈이라도 먼저 떼놓고 시작하는 것, 작은 물건이나 정성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보는 것...사람이기에 누릴수 있는 호사는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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