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삼성, 이제는 사회가 손 잡아줄 때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6.02.09 08:41

삼성 '사과·화해의 8000억'

삼성은 끝내 '여론'과의 '직거래'를 선택했다.

이건희 회장일가와 삼성이 거액을 사회에 헌납하고 현안 소송을 취하하겠다며 머리를 숙인 건 결국 '법치(法治)'에 기대기 보다 '정서'에 호소하는 게 해법으로 유효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송은 진행중이고 법안은 계류중인데, 삼성은 '포기하겠다', '처분대로 하겠다'고 했다. 멀쩡한 이사회를 놓아두고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으로부터 감시를 받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력의 압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손을 든 셈이 됐다. '법'과 '합리적 절차'에 대한 '정서'의 승리다.

언뜻 법으로 다투는 것보다는 여론에 순응하는 게 무난한 듯 보이지만 그 결과는 민주사회와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행위의 주체가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이라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삼성의 이번 발표는 '주주'들의 이익에 대입해 봐도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력계열사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과 기관투자자, 수많은 소액주주들은 과연 삼성의 사과와 헌납을 기꺼이 찬성할까.

관련 소송이나 헌법소원 취하가 결과적으로 중대한 변화를 가져와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 이회장인가, 반삼성 진영인가.

그래서 헌납액 '8000억원'은 우리 사회의 '수입'이나 '이익'이 아니라 '비용'이요 '손실'이다. '국민 정서'라는 모호하고 무서운 힘이 법치의 영역은 물론이고 기업활동의 본질을 침해한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때로 광신과 맹목으로 이어진다. 더디더라도 냉정하고 침착해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삼성쯤 되는 치밀한 기업이 이러한 후유증을 고심하지 않았을 리 없다. 그럼에도 '사과' '헌납' '포기'를 선택한 것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 중요한 일은 삼성의 헌납이 가져올 '사회적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이다. "돈으로 여론을 막으려 하느냐"는 식의 냉소나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식의 의심은 도움이 안된다.

더 받아낼 것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눈 부릅뜨고 감시할 만한 내용도 별로 없다. 삼성과 이회장이 고개 숙여 약속한 것 자체에 의미가 있을 뿐이다.

반(反)삼성 진영의 공격수들이 행여 '항복을 받아냈다'고 생각한다면 더욱 곤란하다. 그들은 삼성의 성장에 기여한 것 없이 우리 경제에 녹아든 삼성 발전의 과실을 직간접으로 향유해 왔다.

마찬가지로 '정서의 승리'가 가져올 우리 사회의 손실도 알게 모르게 그들의 몫으로 조금씩 배분될 것이다. 목소리 높인 성과에 도취하기에 앞서 이것이 과연 개혁인지, 시장경제, 사유재산제도와 기업경영의 본령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스스로 되묻기를 권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삼성의 사과와 헌납을 최소 비용으로 덮어 두는 유일한 방법은 고개 숙이며 화해하자고 내민 손을 기꺼이 잡아주는 것 뿐인다.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하라는 게 아니라 '화답(和答)'하는 정도면 족하다. 흥분과 의심의 찌꺼기를 남겨두면 또 다시 삼성에, 또는 다른 기업에 '직거래'를 강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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