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통행이 글로벌 스탠더드?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 2006.02.07 12:56

[리더십레슨]어떤 제도든 따라하기 좋고 옳은 것이면 채택할 필요있어

엊그제 등산을 하면서 좁은 등산길에서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다투는 두 사람을 보았다.

60대의 노인이 상대방에게 왜 좌측통행을 하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고, 20대 청년은 산에서조차 꼭 그래야 하느냐며 시비가 붙은 것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사람은 좌측, 우마차는 우측통행을 철저히 배웠다. 지금은 어떤가 궁금하여 학생들에게 물어 보았다. 지금도 유치원에서 '사람은 왼쪽 길, 자동차는 오른쪽 길'이라며 길이나 복도를 걸을 때 좌측통행을 하는 습관을 가르친다고 한다.

그런데 1999년부터는 전국의 횡단보도에다 우측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를 표시해 놓고 어린아이들에게 우측통행을 가르친다고 한다. 달려오는 자동차의 급정거나 미처 정거하지 못한 차로부터 한 발작이라도 떨어지게 하려면 횡단보도에서는 우측통행을 해야 그나마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어린이들에게 횡단보도에서의 우측통행교육을 시킨 결과 어린이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통행방식에는 세계적으로 두 가지가 있는데 도로의 오른쪽을 이용하는 우측 통행 방식과 왼쪽을 이용하는 좌측 통행 방식이다. 미국과 유럽 대륙은 우측 통행 방식을, 영국과 일본 등은 좌측 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면 사람도 우측 통행이고 자동차가 좌측 통행이면 사람도 좌측 통행을 하는 것이 세계적인 관행으로 미국과 유럽대륙, 북한에서는 사람과 자동차 모두 우측 통행을 하고, 영국과 일본은 모두 좌측통행 방식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 나라만 달라서 무질서를 초래하고 동선의 교차 때문에 사고의 가능성이 높고 통행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건물의 회전문,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공항의 무빙 트랙 등도 미국에서는 오른쪽, 일본에서는 왼쪽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미국식을 따라 우측 통행을 하게 되어 있다. 건물 내에서는 좌측통행을 하라면서도 에스컬레이터와 빌딩 회전문은 오른쪽 방향이고 공항의 무빙 트랙과 횡단보도는 우측 통행인 것이다.


차는 오른쪽, 사람은 왼쪽으로 다닌다는 우리의 방식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르다. 지하철과 철도도 서울 지하철의 경우 1호선은 좌측 통행이고 2∼8호선은 우측 통행인데 1호선은 구한말 일본 방식으로 시작된 철도의 방향에 따른 것이고, 2호선부터는 미국식을 따른 것이다.

고수부지 경우도 한강은 뛰는 사람이나 자전거 모두 우측통행으로 되어 있는데, 양재천은 이쪽은 좌측, 저쪽은 우측 통행으로 중구난방으로 되어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로컬 스탠더드만이라도 분명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람의 좌측 보행원칙은 일제시대인 1921년 만들어진 것이고, 자동차의 우측 통행은 미 군정청에 의해 1946년 결정됐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 자동차, 지하철, 철도의 통행이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보행방식이 좌·우측 통행으로 뒤섞여 있다 보니 인도, 차도, 고수부지, 등산로, 지하철 통로 등지에서 보행자가 서로 뒤엉켜 혼잡을 이루는 것은 물론 몸까지 부딪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럴 때마다 가볍게 웃거나 손이라도 흔들면서 서로의 실수를 인정하고 간다면 기분 좋은 하루가 되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국민을 위한다는 제도가 우리를 서로 원수 보듯 해야 하는 상황을 유발시키는 원흉이 되는 셈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뒤섞인 좌·우 통행 방식의 문제점을 자주 지적한다.

우리 회사의 복도에서도 종종 이런 혼란이 있는 것을 보았기에 새해부터 우리는 우측통행을 하기로 했다. 친미나 반일이니 하는 주의 주장들을 떠나, 그야말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 하기에 좋은 것이, 옳은 것이기까지 한다면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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