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이슈!아슈?]명품 '깔깔이' 추위덕 뜬다

김경훈 기자 | 2005.12.19 16:39
【편집자주=수많은 사이트를 쉴새없이 들락날락 거리며 인터넷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게 머니투데이 온라인 담당기자의 일입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창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성공을 꿈꿀 수 없습니다. 누리꾼들을 울리고 웃기는 사연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혼자 보기 아까운 글, 사진 등이 있으면 머니투데이 [e이슈!아슈?]에 알려주세요.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깔깔이'. 군용 야전상의 내피 또는 방한내피를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춥다는 군복무 시절, 몇차례 맞게되는 추운 겨울도 국방부표 깔깔이와 내복 하나면 전혀 두렵지 않았습니다. 군복이나 츄리닝 위에 덧입는 깔깔이는 '짬밥'과 권위를 상징하는 '명품'으로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깔깔이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는 군대의 향수를 자극하면서 방한내피보다 더 친숙한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과거 열악했던 군대환경에서 보급된 깔깔이는 요즘 제품과 달리 무척 까칠까칠해서 불편했다고합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깔깔이라는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보름이 넘도록 영하10도를 오르내리며 평년보다 한달이나 일찍 한강을 얼려버린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올겨울, 유난히 매서운 동장군의 기세가 사람들의 생활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현상이 '칼퇴근族'의 등장입니다. 퇴근하자마자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이 늘면서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식당가와 유흥업소는 더더욱 차가운 겨울을 실감하고 있다고합니다.

'스타일'에 목숨을 거는 패션리더들에게도 옷맵시를 위해 목숨을 걸기엔 요즘 추위는 인내의 한계를 넘어선 듯합니다. 이런 동장군의 위세는 방한용품 특수를 부채질 하고 있는데, 특히 내복의 부활과 함께 깔깔이 전성시대의 개막을 이끌고 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않는 나라'란 꼬리표가 가슴에 와닿는 고유가시대에 맘놓고 난방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파까지 몰아치자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면서 내복과 깔깔이는 침체된 내수경기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깔깔이 판매 불티 댓글 바로가기



국내 최대 온라인 마켓에 따르면 '저가전략'을 내세운 깔깔이가 하루평균 50~60벌, 깔깔이형 점퍼는 1000여벌이 팔려나가면서 그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고합니다.

그런데 얼마전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외국 명품 의류브랜드 폴로사의 작년 신상품 의류사진이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깔깔이 특유의 무늬는 물론 흉내내기 어렵다는 오묘한 색상까지 흡사한 모습에 누리꾼들은 우리 깔깔이의 국제경쟁력의 재발견이라는 감탄을 아끼지 않으면서 국방부는 폴로사로부터 로열티를 받아내야한다는 의견까지 쏟아냈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 폴로의 제품


보온효과와 뛰어난 활동성, 절대 유행을 타지않는 무난한 스타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우리 깔깔이의 잠재력을 먼저 간파하고 벌 당 300달러의 고가상품으로 재창조해낸(?) 회사의 발빠른 행보.

그저 감탄만하고, 부러움의 영역으로 남겨뒀다가는 제 밥그릇도 못챙기고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을 '명품 깔깔이'는 시사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25년만에 찾아왔다는 맹추위로 시작한 올 겨울, 그동안 군대 안의 문화로만 남아있던 깔깔이의 화려한 외출과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누리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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