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삼성전자의 미래인 디지털연구소입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5.10.30 12:45
세계 디지털 산업의 'R&D 허브'인 삼성전자의 디지털 연구소가 지난 28일 일반에 최초 공개됐다.

단일 연구소로는 동양 최대규모인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DM)총괄의 디지털연구소는 지상 36층, 지하 5층 규모로, 2003년 9월 착공한 지 2년만인 지난 9월 완공됐다. 공사비만 4900억원. 연면적은 6만5000평으로 국제공인 축구경기장의 약 30배에 달하고 여의도공원과 면적이 비슷하다.

연면적으로는 63빌딩(5만305평), 스타타워(6만4223평) 보다도 넓다. 국내 있는 건물중에서는 최대 규모인 셈이다.

수용인원은 9000명인데 현재 정보통신연구소의 입주를 제외한 5200명이 운집한 상태다. 정보통신연구소와 맞닿아 있어 삼성전자의 미래를 쌍끌이하는 당당한 위세다.

외부인의 출입자체가 불가능한 디지털 연구소는 건물내의 모든 사람, 기기 등의 움직임이 시시각각 체크하는 등 기계생명체인 '메트릭스'와 흡사했다.

(69년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6년전 일본 이기자 41만평 공장부지 매입= 위풍당당하게 우뚝선 디지털연구소를 보는 구본국 삼성전자 DM총괄 고문(62)의 감회는 남달랐다. 구 고문은 69로 시작되는 사번(사번 69-617409)을 지닌 삼성전자의 유일한 인물. 69년은 삼성전자가 설립된 해로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도 69년 입사했다. 윤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이후 계열사로 옮기는 등의 과정에서 사번이 바뀌었지만 구 고문은 36년간 오로지 삼성전자에만 몸담았다. 살아있는 삼성전자의 역사인 셈이다.

구 고문이 삼성에 입사한 것은 68년 삼성물산 전자과였다. 물산에서 구 고문이 한 것은 삼성전자의 부지를 선정, 매입하는 일이 주였다.

"무조건 41만평을 매입하라"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명(命)에 따라 온통 논, 밭 뿐인 수원 지역을 돌아다녔다. 구 고문은 "엄청난 땅을 산다고 하니 부동산 투기나 하는 게 아니냐는 지역 여론이 심했다. 사실 회사 내부에서도 삼성이 그만한 규모의 전자 공장을 짓는다는 것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다"고 회상했다. 제대로 된 전자 기술하나 없던 때였다.

삼성이 41만평을 고집한 것은 일본의 마쓰시타 전기가 40만평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 적극 반영됐다. 일본을 이기겠다는 선대회장과 삼성 임직원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것.

매입한 부지에 삼성은 삼성-산요TV공장, 삼성-NEC 브라운관 공장 2동을 1년여에 걸쳐 완공한다. 삼성전자는 69년 1월 36명의 직원을 둔 지주회사로 출발했다.

70년 첫 TV가 나오며 일본과의 합작이라는 이유로 국내판매도 못하고 파나마로 수출하게됐다. 지난해 순익 100억달러 클럽에 가입한 삼성전자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됐다.

구 고문은 "73년 TV과 과장이 됐더니 회사에서 기사와 차량이 나오더라"고 말하기도했다. 삼성전자가 TV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 고문은 "당시 서울대 전자과를 나오면 체신부, 금성사가 최고 인기 직장이었는데 삼성물산 간부가 학교에 상주하면서 삼성전자가 분명히 클 것이라고 말하며 입사를 유도하기도 했다. 지나고 보니 그 말대로 됐다"고 벅차했다.

(2005년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36년 동안의 상전벽해= 36년이 지난 지금 수원사업장은 제조 중심의 단지에서 최첨단 R&D 클러스터로 변모했다. 이번에 공개된 디지털 연구소는 세계 최대 크기의 LCD, PDP TV 개발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초당 5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33기나 배치돼 쉼없이 가동되고 있다. 디지털연구소는 사무와 연구, 각종 실험과 시험, 안전규격 시험까지 한 건물 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이른바 '원스톱 R&D 체제'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완전 무향실 및 반 무향실, 청취실, 화질 및음질평가실 등 7000여평 규모의 세계 최고 수준의 특수 실험실을 갖췄다.

특히 방송신호송신실은 디지털연구소의 자랑거리. 규모는 50여평 남짓에 불과하지만 빽빽히 들어서 있는 방송장비로 무려 100여개의 방송채널을 제작해 연구, 생산 부서로 송신하고 있다. 실제 지상파 방송국이 1~2개의 방송채널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다.

방송신호송신실에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의 디지털 및 아날로그 방송 신호를 자체 제작·송출해 각국가별로 상이한 방송신호 환경에서 보다 완벽한 화질의 TV를 만들어내고 있다.

방송신호송신실의 박영우 삼성전자 DM총괄 과장은 "제작에 같이 참여했던 소니의 기술진도 부러워했을 정도의 규모"라며 "이곳에서 24시간 송출하는 전세계의 방송신호로 삼성전자의 TV 개발과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7층에 들어선 150평 규모의 글로벌영상회의시스템(Board Room)도 매력 그 자체다.

88석의 글로벌영상회의시스템은 2개 국어를 동시에 통역할 수 있고, 디지털 방식의 대형 DLP 프로젝터를 갖추고 있어 해외 법인 및 지사간 실시간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1층 170여평 규모의 디지털미디어 갤러리는 삼성전자 DM 총괄에서 만드는 주요 제품을 전시하고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 국내·외 주요 거래선 및 협력업체에서 방문하면 반드시 찾는 코스다.

연구소인 만큼 철벽 보완을 자랑한다. 일단 사무실에서 유선전화를 모두 없애고 휴대폰을 구내전화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인포 모바일 서비스'를 도입, 와이어리스 오피스를 구현했다. 건물 내에서는 인포 모바일 가입자가 카메라폰을 들고 들어가면 자동으로 카메라 기능이 제한된다.

건물내 감시카메라만 300여개이며 사원증과 출입증 테그에는 위성추적장치(GPS)가 붙어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DM총괄 사장은 "디지털연구소는 LCD, PDP TV 등 디지털TV 전 부문 1위 등극을 위한 핵심 전초기지"라며 "앞으로 이 곳에서 인간의 삶의 질을 바꿔 놓을 혁신적인 제품들이 연이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 견학이 이뤄지는 동안 연구소 밖의 축구장, 농구장에서는 연구원들이 야간 조명들을 켜고 스포츠를 맘껏 즐기고 있었다. 다들 너무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삼성전자의 디지털연구소(우)와 정보통신연구소)

베스트 클릭

  1. 1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2. 2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3. 3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4. 4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5. 5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