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기업인들 다시 뛰게 하자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5.10.27 08:24

대기업 수사 조속 마무리를...기업, 기업인도 국가재산으로 생각해야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대기업들이 잔뜩 위축돼 있다. 대기업집단은 '총수'를 정점으로 움직인다. 수사의 초점이 총수에 맞춰지는 한 아무리 조직이 잘 닦여 있어도 기업은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 한국경제의 현실이다.

따라서 경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이른 시일내에 기업경영을 제자리로 돌려 놓을 필요가 있다. 대기업의 오너 경영체제를 바꿀 수도, 바꿔야할 이유도 없다면 사법당국의 수사가 경영의 중심축을 흔드는 기간은 짧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물론 공정한 수사와 그에 따른 사법적 판단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말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최근 대기업 수사와 관련해 몇가지 쓴 말을 던지고자 한다. 우선 수사당국이 경제를 너무 외면하는 건 아닌지, 재계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하반기에 시작된 대선자금 수사 때 검찰은 결국 4개월여만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에 대한 불구속 수사와 사법처리 최소화 원칙'으로 결론을 내렸다.

오랜 기간 수사를 받느라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제대로 못했고 그 결과 경제에도 나쁜 영향이 왔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수사건도 벌써 석달이 흘렀다. 수사의 내용이 어떤 것이든 이쯤되면 해당 기업들로서는 지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법논리에 경제논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줘도 될 만큼 시간을 끌었다. 기업과 기업인을 '국가의 재산'으로 본다면, 더 이상 재산을 축내지 않는 쪽으로 명분을 찾는 것도 과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묻고 싶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에 대한 수사가 여론·국민감정에 대해 지나치게 탄력적으로 반응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안기부 불법도청사건' 이후 여론이 격앙되고 심지어 국회에서 재벌 총수 체포조를 결성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까지 나온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지난 공소시효를 피하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퍼즐을 풀 듯 수사를 늘어뜨리는 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형제간의 분쟁이 도화선이 된 또 다른 대기업의 비자금 관련 사건 역시 실추된 이미지와 대중들의 비난 만큼이나 죄질이 무거운지를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형제는 등을 돌려 원수가 되고 폭로가 폭로를 불러 자기 무덤을 팠지만, 그 기업은 여전히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으로 남아있다. 여론이 동정하지 않아 칼을 들이대도 큰 부담이 없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해 보인다. 총수의 기능이 정지된 기업은 지금 심각한 고비를 맞고 있다.

수사 대상이 된 총수의 경제적 기여 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의 역할도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국제유도연맹 회장,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자리는 어느 하나도 다른 국내 인사가 대신하기 어렵다. 이러한 국제적 지위를 면죄부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참작의 사유는 되지 않을까 싶다.

일도양단, 편을 가르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과연 같은 죄목을 적용해 몇 달간 수사한다면, 정치자금이나 비자금과 관련해 온전히 떳떳한 대기업이 몇이나 될까.

모든 걸 역사의 몫으로 돌리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갑자기 튄 불똥 하나를 보고 해묵은 대형 화재의 책임을 묻는 식이라면 그건 가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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