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기업' 삼성, '재벌' 삼성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5.10.04 12:41
 기업으로서의 삼성은 선망과 칭찬의 대상이다. 그러나 재벌로서의 삼성은 비난의 대상이다. 기업으로서의 삼성은 더욱 발전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야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재벌로서의 삼성은 또다른 권력으로서 견제·감시돼야하는 대상으로 인식된다. 삼성을 권력(자본권력)으로 인식하는 삼성공화국론에 압축돼 있다.

 삼성은 늘 이렇게 두가지 상반된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 경계는 언제나 흐릿하다. 반기업정서라는 것도 정확히는 반재벌정서인듯한데 재벌과 기업, 두가지를 명쾌하게 분리해서 공과를 따지기란 쉽지않다. 한국 대기업집단의 성장과 영욕, 성패가 그속에 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 87조원의 글로벌선도기업으로 거듭한 것도 이건희 회장체제에서 일어난 일이고 삼성상용차 투자 실패, 이재용씨에 대한 변칙상속ㆍ증여논란도 이건희 회장 체제에서의 일이다.

 재벌과 관련한 정책은 행위의 문제와 구조의 문제를 분리해서 다뤄야한다는 생각이다. 불공정경쟁, 변칙상속ㆍ증여문제 등 재벌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주는 사건들을 모조리 총수중심의 지배라는 지배구조에서 파생된 사회악으로 보고 구조를 단죄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소유가 잘 분산돼 CEO 리더십이 앞서는 조직에서도 오너십 중심의 기업조직에서 나오는 수준이상의 스캔들이 있을 수 있다. 기업행위의 청탁도는 기업을 움직이는 경영자나 오너의 청탁도로 결정되는 것일뿐 지배구조와는 무관하다.

 불공정거래, 변칙상속ㆍ증여 등 행위의 문제는 그때그때 실정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그러나 구조의 문제는 형식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법리로는 명쾌히 풀 수 없다. 구조라는 게 그렇게 되어 온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 지배구조문제를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개정과 같은 법리로 풀려 하는 시도는 분명 소모적이다. 법의 제개정 전에 있었던 일을 법의 제개정으로 풀려 할 경우 소급입법 문제, 위헌문제 등 또다른 법리에서 파생되는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 제기되는 문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총수가 왜 작은 지분으로 많은 것을 지배하느냐. 곧 순환출자에 의한 지배력 늘리기(레버리지)다. 두번째는 왜 고객돈으로 팔지 않을 주식을 사느냐. 곧 계열금융기관에 의한 계열사 지배다.


첫번째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 문제라기 보다 분배정의에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 그 구조로 성공한 데도 있고 실패한 데도 있다. 그 구조의 호불호보다 지배력을 발휘한 사람에게 그에 비례한 책임을 지울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두번째는 경제적 근거가 있는 문제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융합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위험이다. 아무래도 성질이 다른 산업과 금융이 한몸이 돼 있다는 것은 꺼림칙하다. 삼성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배의 중심에 있는 삼성은 첫번째 문제와 심하게 얽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못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삼성이슈는 행위의 문제와 구조의 문제가 분리되지 않은 채 몇가지 행위에서 도출된 삼성권력론이나 삼성공화국 같은 정치논리가 필요이상으로 부풀려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시간을 갖고 모색해야할 지배구조의 합리적 해법은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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