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5.09.07 12:10

[사람&경영]세상에 '잡일'이란 없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다. 우리는 멍하니 있는 시간은 낭비라고 생각한다.

무언가 분주하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이고, 설렁설렁 사는 것은 죄악시한다. 일도 그렇다. 돈이 되는 일은 가치 있는 일이고, 돈과 별 상관이 없는 일은 잡일로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 일은 신성시하고, 그 외에 나머지 일에는 별 가치를 두지 않는다. 특히 가정 일은 주부 만의 일로 간주한다. 할 수만 있다면 하지 않고 지나가고 싶은 성가신 일로 생각한다. 그런 잣대로 본다면 웬만한 일은 다 잡일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이야기는 잡담이고, 집에서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은 부서지는 시간이다. 목욕탕 청소, 책상 정리, 밀린 명함 정리 등은 외주를 주어야 하는 일이다. 과연 그럴까.
 
세상에 잡일이란 없다. 다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지만 가치가 다른 것 뿐이다. 흔히 잡일이라고 구분되는 일은 상대적으로 별 생각 없이도 처리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치가 있다. 잡일과 중요한 일이 조화를 이룰 때 생산성도 올라가고 삶에 활기도 생긴다.

그래서 주경야독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하루 종일 책만 보거나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 공부하면 효과가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능률이 오르지 않을 때는 잡일을 하는 것이 좋다.

잡일을 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새로운 기분이 된다. 책상 위를 정리하는 것, 버릴 것은 버리고 치울 것은 치우는 것, 쓰레기통을 비우고 걸레질을 하는 것은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 목욕탕 청소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차 안을 치우고 차를 닦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잡일은 하지 않고 위대한(?) 일만을 하면 지치고 탈진한다. 회사에서 대단한 일을 하느라 지쳐 마누라에게 모든 집안 일을 임파워먼트하고 한 손에 리모콘을 든 채 졸고 있는 남편이 그렇다. 하루종일 육체적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회의를 하고 보고만을 받는 당신 상사도 그렇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입만 갖고 모든 일을 지시하는 노인의 지친 얼굴도 이를 말해준다. 집안 일은 파출부에게 모두 일임하고 하루종일 동창회에서 수다를 떨고 쇼핑만을 하는 부인도 그렇다. 계속해서 휴식하고 잡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세상에 잡일은 없다. 사소해 보이기 때문에 잡일이라 부르는 것뿐이다. 이런 잡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생활이 흐트러지고, 사건의 단초가 된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은 여러 면에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차 속도 잘 정리되어 있고, 책상 위도 산뜻하다. 시간 있을 때 사람도 챙기고 하기로 한 약속도 잘 지킨다.

그렇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삶은 요리와 같다. 요리 시간보다는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삶이란 칼을 뽑아 들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소하게 보이는 잡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변을 챙기고 관리하고 준비하는 것이 인생이다.
 
법정 스님은 그런 깨달음이 있는 분이다. 그 분의 말씀이다. "혼자서 도배를 하고 있으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투명할 수 없습니다. 망상과 졸음으로 어설픈 참선을 몇 시간 하는 것보다 훨씬 성성하고 고요한 삼매의 기쁨을 누릴 수 있지요. 이것이 일로써 공부를 삼음이고 마음 닦는 일입니다. 다 마음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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