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증권시장 전자화와 투명성

정의동 증권예탁결제원 사장 | 2005.09.02 10:40
1993년 8월12일 금융실명제가 전격 시행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거래관행은 일대 변혁을 맞이했다.

금융거래시 본인의 실지명의를 사용하도록 강제해 금융거래의 투명성과 조세형평을 제고하고 사회부조리를 방지하자는 금융실명제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에는 음성적 금융거래의 위축을 우려하는 주장이 있었을 정도였으니 제도의 혁신이 가져다주는 변화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와 같이 금융실명제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도입하게 될 전자증권제도와 전자투표제는 금융거래의 투명성 강화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회의 투명화를 기하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적인 제도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발전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증권시장에서의 물류비용 절감과 효율적 증권거래를 위해 오래 전부터 준비돼 온 전자증권제도와 전자투표제도는 증권시장의 효율화 외에도 투명성 확보라는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새로운 경제시스템이다. 몇몇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전자증권제도는 현금 대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듯 실물증권 없이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다. 또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 등의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전자증권제도는 인터넷뱅킹, 온라인 증권거래 등의 금융거래방식의 전자화와 구별되는 금융거래의 객체인 유가증권을 전자화하는 국가적 과제이다. 이미 1980년대 영국 프랑스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도입 정착됐으며, 유가증권 권리의 전자적 등록을 통해 실물증권의 발행 및 관리에 따른 불편과 위험이 줄어들고 비용이 절감된다.

전자투표제도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간편하게 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로써 소액주주의 권리행사가 용이해지고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해져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주주총회의 표준화로 비용이 절감된다. 이미 미국 델라웨어주 등 몇몇주와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법제와 인프라를 정비해 2000년부터 전자투표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 두 제도는 현재 세계최고 수준으로 선진화된 IT네트워크와 관련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에서 큰 비용 투입없이 도입할 수 있는 혁신적 제도여서 더욱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인프라 구성 등 제도 도입의 기본요건이 이미 완비돼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특히 전자증권제도의 사전단계로 볼 수 있는 채권등록제도가 이미 도입, 시행되고 있어 그 효용이 검증됐다. 오래 전부터 회사채, 국민주택채권과 같은 대부분의 채권이 실물발행하던 방식을 등록제도로 바꾸면서 신규 발행 실물채권은 대부분 사라지고 금융채 등 극히 일부의 경우에만 실물로 발행되고 있다.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최근 양도성예금증서(CD) 사고의 사례와 같이 실물유가증권을 매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으며, 증권거래와 권리행사가 등록돼 처리되므로 증권시장, 나아가 우리경제의 투명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제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 금융실명제의 도입 목적은 과세와 금융거래의 투명을 위해 잘못된 거래관행을 일시에 개혁하는 것이었지만, 전자등록제와 전자투표제는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대신 우리시장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도입의 직접적 효과와 더불어 제도의 도입이 투명성 강화를 이끌어 낸다는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가 구축한 훌륭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증권시장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전자증권제도와 전자투표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물론 우리사회가 대외 경쟁력 강화는 물론 사회적 투명성 제고라는 효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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