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두산사태,다른 대기업이 피해자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5.08.23 08:19

본질은 '이권다툼'… 결국 재계수준 떨어뜨리는 상처로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성 회장측(용곤-용성-용만 형제)의 '피도 눈물도 없는' 두산그룹 경영권 싸움이 검찰의 본격 수사와 함께 '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

이 싸움의 이해관계자들이 얼마나 속을 태우고 있을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수만명의 두산 임직원, 주주들은 이 돌발극이 어떤 결과로 끝을 맺을지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정작 싸움을 연출한 네 형제들도 이제는 스스로 상황을 제어할 수 없게 됐다.

여전히 '변명'과 '욕설'이 오가지만 이들 역시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잃어야할 것, 또는 되찾아야할 것이 크면 클수록 의외의 결과에 대한 공포도 더 큰 법이다.

그건 그들의 몫으로 남겨두자. 전 회장 줄에 설지 현 회장 줄에 설지, 주식을 팔지 말지, 경영권을 지켜낼 지 되찾을 지는 형제들이 싸움을 시작할 때부터 그들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할 문제였을 뿐이다.

여기서 두산과 연을 맺고 있는 또 다른 이해관계자의 시각으로 그들의 '유혈투쟁'이 남긴 상처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두산가 4형제의 싸움은 '이권 다툼'이 본질이다. 그들이 지키려 한 건 전적으로 4형제와 오너 일족의 이익이었다. 그 수단으로 비자금 조성을 고발하고 분식을 고백함으로써 서로를 진흙탕으로 끌어들였다.

이로 인해 109년 역사의 최고(最古)기업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사실은 4형제 뿐 아니라 그 날(7월17일) 오너 일가의 '가족회의'에 참석했던 대부분이 예상했을 것이다.

형제들은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분식'과 '비자금'이 어떤 충격을 가져올 지, 그 파장이 얼마나 깊게 오래갈 지를 충분히 알만한 사람들이었다. 형제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 정도의 이성과 분별력이 없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미운털이 박혀있던 박 전회장이 두산그룹을 장악하려 했다 해도 100년 기업의 미래를 생각했다면 나머지 형제들이 그렇게 대응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더 신중하게, 더 힘든 과정을 거쳐 형제간 합의를 이뤄야 했다. 어르고 달래서 안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들의 가족 내부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그들의 싸움이 극단으로 치달은 것은 결국 '기업'보다 '이권'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금이 가도 '내 것'은 지켜야 한다, 또는 빼앗아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두산그룹 형제들의 이권 다툼은 한국 재벌의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되느냐는 탄식을 우리 사회에 남겨놓고 말았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일방적인 피해자, 가장 억울한 이해 당사자는 바로 '재벌'이다.

그동안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들은 숱한 비난 속에서도 '기업의 이익과 발전'이라는 명분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성공한 재벌 오너들의 고단한 자기 관리, 수십년을 공들인 사회 저변과의 화해 무드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순식간에 무너진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박씨 일가에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재계가 이번 두산 사태에 대해 냉정하게 선을 긋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제명'을 검토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마저 나온다. 재계의 회원 명부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한 최고경영자의 독설을 그대로 옮겨보자.

" '형제의 난'은 그나마 박씨 일가를 존중해 준 점잖은 표현이예요. 사회 리더로서는 보이지 않아야 할 추한 꼴을 보이고 말았어요. 재계에서 제명을 당해도 할말이 없는 겁니다. 그저 집안단속 제대로 못한 덜떨어진 가족 정도면 괜찮은데, 재벌들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져온 거 아닙니까. 앞으로 100년을 잘해도 그 빚을 갚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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