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초고속 지배적사업자 '생뚱맞다'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 2005.06.27 10:35

KT 점유율 50%지만 지배력 거의 없어...이미 시장은 요금경쟁으로 선택폭 넓어

최근 초고속인터넷시장의 지배적사업자 지정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에서는 초고속인터넷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후규제 차원에서 규제당국이 개입할 필요성이 있어 지배적사업자 선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규제당국이 개입하면 되레 시장경쟁이 퇴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초고속인터넷 지배적사업자 지정을 찬성하는 쪽은 하나로텔레콤 등 초고속인터넷 후발사업자들이고 반대하는 쪽은 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KT다. KT는 5월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이 50.5%로, 시장 1위 사업자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된 태도를 견지하는 사업자들의 논리를 일단 차치하고 보면, 초고속인터넷 지배적사업자 지정은 다소 '생뚱맞다'는 생각이다.

우선 초고속인터넷시장이 정부 개입이 필요할 만큼 불완전한 시장이냐는 것이다. 정부가 KT를 초고속인터넷사업자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KT의 독과점 우려를 증명해야 하는데 현재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5월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1220만명. KT가 전체 시장의 50.5%를 차지하고 있지만 KT의 시장지배력은 과거보다 매우 쇠약한 상태다. 수개월째 50%대의 점유율에서 좀처럼 움직임이 없다. 오히려 종합유선방송(SO) 가입자시장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2%대에 머물던 SO 점유율은 5월말 기준 8.1%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KT 점유율은 답보상태인데 SO 점유율이 늘고 있는 것은 값싼 '요금' 때문이다. KT의 요금은 월 3만원 이상인 데 비해 SO의 요금체계는 1만~2만원 수준이다. KT를 제외한 기간통신업체로 허가된 7개 초고속인터넷업체의 요금체계도 모두 달라 가입자들은 값싼 요금으로 계속 이동하는 추세다.


현재 초고속인터넷시장은 사업자수가 많고 진입과 퇴출 장벽도 낮은 편이다. 즉 요금이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가입자는 언제든지 다른 사업자로 이동할 수 있는 선택권이 보장된 '완전경쟁' 시장인 것이다. 완전경쟁은 유효경쟁 차원에서도 정부의 개입이 필요없는 바람직한 시장상태다.

다만 현재 초고속인터넷시장을 완전경쟁으로 단정짓기 힘든 부분이 있다면 '시내망'을 KT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행법으로 가입자공동망활동(LLU)을 보장하고 있지만 하나로텔레콤 등 후발업체들은 KT의 시내망 독점으로 가입자가 전환하는 데 장벽이 있다고 호소하며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KT를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KT를 초고속인터넷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한다고 해서 시내망 독점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이다. KT 시내망 독점에 따른 문제는 초고속인터넷뿐 아니라 시내전화와 시외전화시장에서도 부작용이 빚어지는 만큼 이를 필수설비 보유자에 대한 별도의 규제정책으로 해결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 뒤늦게 정부가 개입한다면 유효경쟁정책이 사전규제인지 사후규제인지의 논란에 휩싸일 소지도 있다. 유효경쟁정책은 지금까지의 일반 경쟁법과 달리 사전에 시장지배적사업자에게 의무나 특정행위 금지를 부과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은 정통부가 스스로 유효경쟁정책의 원칙을 뒤집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요금의 완전경쟁이 이뤄진 시장에서 정부가 KT의 요금을 쥐락펴락한다면 KT 가입자들은 불만이 없겠는가. KT와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등은 현재 SO들과 가입자 뺏기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KT를 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한다면 소비자들의 편익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시장경쟁력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초고속인터넷에서 다진 기술과 경쟁력으로 통신방송융합과 디지털홈 분야로 진화하는 시점이 아닌가. 그 물길을 막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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