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KIC사장의 조건과 과제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5.06.13 11:31
한국투자공사(KIC)가 다음달 1일 법인격체로 공식 출범한다. 최근 초대사장 후보군도 청와대에 추천됐다.

특히 KIC는 초대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KIC의 운명을 쥔 중책이기 때문. KIC는 설립목적, 지배구조, 자금조달과 운용, 감독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금융조직과 확연히 다른 `하나의 실험'이다. 사장 인선과 후속 간부인사, 조직 및 시스템 정비 등 준비작업을 거치면 KIC는 실제 운용은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런데 KIC는 2007년 국회에서 중간평가를 받게 돼 있다. 운용을 시작한 지 거의 1년만에 중간평가를 받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 평가의 만족도에 따라 KIC의 진로와 국민연금의 참여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KIC는 설립 초기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KIC 설립초기에 설립목적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성과내기에 매진하면서 존립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KIC는 처음부터 나랏돈을 가지고 운용한다. 그것도 국가가 비상사태 때 쓰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을 170억달러 받아 운용한다.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도 추가된다. 지금 KIC의 설립목적은 이러한 외환보유액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지, 아니면 운용에 파생되는 부수적인 성과에 더 큰 목표치가 주어져 있는지 모호하다. KIC는 외환보유액을 주된 재원으로 하다보니 운용상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포트폴리오가 기존 외환보유액과 마찬가지로 저수익-저위험 패턴을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기존 외환보유액 수익률에다 `플러스 알파'의 초과수익률을 추구하는 구조인데 그것만으로는 존재감을 강하게 설득하기 힘들 것같다.

 또 아시아의중앙은행이 보유한 외환보유액은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내는 미국으로 달러를 환류해주는 펌프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변경을 시사하는 KIC 활동을 경계감을 갖고 볼 수 있는 요소다.

정부는 KIC가 동북아 자산운용 허브를 만드는 전진기지가 될 것이라는데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200억달러라는 돈주머니를 차고 그것을 무기로 외국의 자산운용사를 끌어들이거나 월가의 투자은행들에서 고급정보를 얻어보자는 계산이다.


그러나 200억달러라는 규모로, 저수익-저위험의 기존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용구조로 외국 자산운용사가 몇개나 유치될지 낙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쉽지 않은 척박한 사회적, 제도적 토양을 갖고 있음을 고려하면 KIC 초대사장은 정말 발이 부르트도록 월가 보스턴 런던 등을 다니며 설득해야 할 것이다.

게다가 KIC의 자금운용과 정책은 여론바람을 많이 타고 감시하는 시어머니 또한 많고 매서울 것이다. 초기 해외 자산운용사 유치라는 목적이 강조되다보니 자금위탁 대상에서 국내 자산 운용사가 제외돼 이들에게서 볼멘 소리도 나올 수 있다.

 KIC 초대사장은 조직관리보다 안팎의 설득이라는 대외활동이 더 중요하다. 분명한 목적을 갖고 안으로는 국민을, 밖으로는 해외 금융기관을 설득하고 그들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두발로 설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초대사장은 조직장악력을 가진 관리형 인물보다 비전과 확신을 갖고 부지런히 실천에 나서는 비전리더, 성과리더가 더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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