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소비자 무시한 '개인정보보호'?

윤미경 기자 | 2005.04.11 11:41

과금정보 보관기관 논란..개인정보유출 방지대책부터 마련해야

이동전화의 통화내역과 개인정보가 담긴 과금정보를 얼마동안 보관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이 문제를 놓고 정보통신부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이동전화 과금정보 보관기간은 통화후 1년이다. 과금정보는 전화요금을 정산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언제 얼마동안 통화를 했는지에 대한 내역과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과금정보는 요금정산에 활용되는 것뿐만 아니라 요금 과오납에 대한 민원이 제기됐을 경우에도 증빙자료로 활용된다.

일례로, 전화요금이 과다청구됐거나, 명의도용폰으로 피해를 입었다거나, 무선인터넷 청구요금이 이상하다거나, 가입하지 않은 서비스 요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때 과금정보를 기초로 진위여부를 가리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과금정보를 놓고 한쪽에서는 보관기간을 통화후 6개월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통화후 3개월로 줄여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3개월 이하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권과 학계, 시민단체 입장은 보관기간이 길면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6개월 보관을 주장하는 정통부와 소비자보호원은 이동전화를 이용한 국제전화 요금을 정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6개월이 현실적인 보관기간이라고 얘기한다.

양측 논리가 모두 타당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 지나치게 개인정보보호를 강조한 나머지 정작 보호해야 할 소비자 권익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쪽으로 흘러가는게 아닐까하는 우려가 든다.

지난 3월 30일 열린 공청회에서 정통부가 제시한 '이동통신서비스제공자의 개인정보보호 지침(안)'을 살펴보면, 과금정보 보관기간을 6개월로 제시할 수밖에 없는 몇가지 이유가 적시돼 있다.

이통 3사는 지난 98년부터 이용약관에 요금납부 등의 이의제기 기간을 6개월로 규정해오고 있는데, 만일 이 규정을 삭제하거나 단축했을 경우에 이용자 권리보호 및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올 2월 사이에 발생한 이동전화 전체 민원 가운데 요금민원이 20%가량을 차지했고, 요금납부후 3개월~6개월 사이에 과금정보 열람을 청구하는 사례도 전체의 2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한 이통가입자도 자신의 실제거주지가 아닌 주소지로 요금이 청구되는 바람에 5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자신의 전화요금이 이중청구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런 경우라면, 과금정보 보관기간을 6개월이 아닌, 3개월로 단축했을 경우에 가입자는 정해진 3개월이 넘었기 때문에 청구금액에 잘못된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으로 국제전화 로밍으로 사용했을 경우에도, 사용후 2개월후에 요금이 청구되고 소비자 이의제기기간까지 포함하면 최소 5개월은 걸리는데 이 문제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전자상거래법 제6조에 보면, 사업자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대금결제 및 재화 등의 공급에 관한 기록을 5년간 보관토록 명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이 있지만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수위를 적절히 조절해놓고 있다.

사실, 과금정보 보관기간을 놓고 일반 이통가입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금정보를 필요이상 단축하게 되면 범법자들이 되레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따라서 가입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과금정보 보관기간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보다,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못하도록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게 더 중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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