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못된 시어머니' 예보

머니투데이 강호병 금융부장 | 2005.03.28 08:08
논란이 됐던 우리금융 스톡옵션 파문이 결국 우리금융이 항복하는 것으로 봉합될 모양이다. 우리금융과 예금보험공사는 주주총회 하루전날인 27일 동시에 성명을 냈다. 예보는 "우리금융 스톡옵션안을 부결시키겠다"고 재확인했고, 우리금융은 "예보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우리금융 스톡옵션파문은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다. 국유기업이나 국유은행의 경영문제내지 지배구조 문제다. 정부소유가 압도적인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늘 하나의 딜레마를 달고 산다. 공익을 추구하는 정부가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소유, 지배하는 데서 오는 이해상충때문이다.

기업가치는 자유시장경쟁 구도속에서 이윤극대화 논리에 충실해야 커질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공익이 앞서는 국유국영기업의 틀 속에서는 그것이 될리 만무하다. 주주인 정부이해에 가장 충실하려면 정부 대리인인 공무원을 CEO로 임명하여 국영토록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그 경우 기업가치 훼손을 감수해야한다.

 이런 딜레마를 푸는 궁극적인 방법은 국가소유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런저런 이유로 당장 힘들다면 차선책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방법이 있다. 걸출한 CEO를 모셔와서 위탁경영계약을 맺고 키운 가치크기에 따라 인사고과, 성과평가, 보상을 냉정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절충적 모델에서는 절대소유자인 정부가 일상적 경영에서 오너십 행사의 유혹을 뿌리치고 CEO의 리더십을 세워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거의 100%주인인 내가 회사가 어떻게 되는지 매일 들여다보고 잔소리하고픈 것은 원초적 본능일 게다.

 원래 CEO의 리더십은 소유가 광범위하게 분산돼 오너십이 희미한 조직에서 꼭 필요로 하는 것이다. 한사람이 거의 100%소유, 오너십이 강하게 발휘되는 조직에서 CEO의 리더십은 힘을 쓰기 어렵다. 1인 소유가 지배적인 민간기업에서 오너가 CEO를 겸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우연이 아니다.


 그래서 소유자가 간섭의 유혹을 뿌리칠 자신이 없으면 국유민영모델은 시도않는 것이 좋다. 기업가치나 CEO의 리더십을 훼손시키는 불합리한 여론바람도 때로는 당당히 저항할 수 있어야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금융 경영진 스톡옵션 파문을 계기로 드러난 예금보험공사의 행동은 못된 시어머니 같은 모습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가 8시간 30분 격론끝에 고통스럽게 내린 적법한 결정을 여론 역풍을 일으켜 뒤집었다. 국유기업의 민간인 경영에 의한 기업가치극대화라는 당초의 지배구조 구도를 스스로 파괴한 것이다.

 예보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스톡옵션안을 다시 마련한다면 승인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도 결국 황영기 회장 15만주를 골자로 하는 당초의 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얘기이고 보면 그 시도는 우리금융 경영진을 두번 죽이는 행위요 또다른 추태다.

 예보와 정부는 우리금융 지배구조 선택을 분명히 해야한다. CEO에 지휘권을 충분히 주면서 민간경영구도로 제대로 가든가 그것이 싫으면 국영으로 가든가 하는 것이다. 전자의 선택을 존중하고 끝까지 이어가겠다면 간섭적, 규제적 요소가 많은 MOU로 적발형 감시에 치중하는 못된 시어머니 역할을 벗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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