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ㆍ건교부에 '동탄'을 다시 묻는다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5.03.28 07:13

[인사이드]건교부의 논리는 '국익'과 배치..청와대는 도대체 알고나 있는건지

토지공사와 삼성전자가 동탄 반도체 공장 부지 매매 계약을 이르면 이번 주 체결한다. 토지공사가 당초 제시한 평당 222만원을 수용하되 토지대금을 선납해 땅값을 5% 정도 깎는 수준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땅값이 너무 비싸다'고 이의제기를 하면서 불거진 동탄 땅값 논란은 결국 삼성이 별로 얻은 것 없이 끝나고 말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결과를 받아들이고 소모전으로 고단해진 조직을 추스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러나 '동탄'이 우리 경제에 전하는 몇가지 무겁고 우울한 메시지를 읽다 보면 '평당 222만원'은 논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우선 동탄 땅값을 둘러싼 8개월여의 '대결구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평당 222만원'이 관철됐으니 토지공사가 삼성에 이긴 것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건설교통부와 산업자원부의 대결에서 건교부가 판정승을 했다는 얘기와도 통한다.

그러나 과연 삼성-토공, 산자부-건교부가 각각 서로 맞서 대결할 만한 이해 대립의 현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삼성의 반도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땅값을 깎는 데 따른 삼성의 이익과 토지공사의 손실이 정확히 대척점에 놓여있다고 보는 게 맞는지, 동탄 땅값 문제를 '국가의 이익'이라는 의제로 수렴해 함께 상의하고 고민할 수 없었던 건지 묻고 싶다.

나라 경제를 기준으로 보면 땅값을 덜 받는 데 따른 토지공사의 이익 감소분은 삼성이 세금 더 내고 고용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상쇄될 수 있다. 경쟁관계에 있는 같은 업종의 두 기업이 아니라면 충분히 비켜갈 수 있는, 또 반드시 비켜가야 할 '대결구도'를 끝내 고집한 책임은 건교부에 있다.

'왜 삼성처럼 돈 많고 여유있는 기업에 혜택을 더 줘야 하느냐'는 우문(愚問)에 대해 답해야 할 책임 역시 정부에 있다. 10이라는 혜택을 줘서 100, 1000의 국부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기업이라면, 혜택 아니라 그 보다 훨씬 더한 걸 줘도 된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삼성은 가장 선순위에 두고 혜택을 줘야 할 검증된 기업이다. 삼성에 혜택을 줘도 국익에,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안는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었다면 모르지만 건교부가 '원칙', '특혜시비' 를 논리로 내세운 건 일종의 직무 유기다. 평당 200만원대의 부지대금을 내고 이미 입주한 10여개 중소기업들과 삼성을 '형평성'의 잣대 위에 올려놓은 것 부터가 잘못됐다는 얘기다.


중국과 슬로바키아가 엄청난 혜택을 주면서 현대·기아차를 유치한 건 그 10배 100배 뽑아낼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중국이 하이닉스반도체에 거의 무상으로 땅을 빌려주겠다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인도와 남미, 심지어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까지도 국가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라면 자국기업은 물론이고 외국기업들에게 까지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그런 정책적 결정을 내릴 때 몇 개 중소기업과의 형평성을 문제삼아 고민했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프로젝트로 봤다면 건교부가 그렇게 버텼을 리 없다. 국익과 국가 경제에 대한 개념 설정 없이 그저 귀찮아서 그런 것은 아닌 지 의심하게 된다. 왜 삼성 때문에 건교부가, 또는 토지공사가 불필요한 여론의 시비를 감수해야 하느냐는 식의 조직 이기주의로 땅값을 매긴 것이라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그렇게 건교부가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정책의 중심을 잡는 주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청와대는 과연 삼성 동탄 부지 논란을 알고 있었는지, 알았다면 왜 그렇게 뒷전에만 있었는지 묻고 싶다. 혹시 삼성쯤 되는 거대 기업이 땅값 몇푼 때문에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이었다면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했다. 한국 뿐 아니라 세계가 다 그렇게 가고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발굴하고 키워서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할 때다. 삼성의 반도체는 세계가 주목하는 초대형 사업일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키울 수 있을 때 최대한 지원해야 5년후, 10년후에도 버틸 수 있다. 삼성 뿐 아니라 한국경제를 끌어가고 있는 다수의 기업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땅값 논란을 허탈하게 매듭지으려 하면서도 삼성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건교부가 두렵기 때문이다. 삼성 실무라인에서는 "괜이 건교부를 잘못 건드렸다"는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건교부가 벼르고 있다고 한다. 동탄 부지 매매계약을 하면서 삼성측에 '뒷말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려 한다는 말도 있다.

동탄 말고도 앞으로 숱하게 공장을 지어야 하고 부지를 물색해야 할 삼성 입장에서는 건교부의 '굳은 표정'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많이 달라졌겠거니 했는데 지금도 정부가 상전이다. 삼성이 이럴 정도면 다른 기업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삼성과 토지공사가 이대로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순간 '동탄'은 참여정부가 내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허구성을 상징하는 곳이 돼버린다. 지금쯤 유럽이나 미국의 어떤 반도체 기업이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탄'이 이렇게 끝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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