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소버린의 '주주 선동'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5.02.24 07:51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총을 앞두고 다급해졌다.

지배구조 개선과 사상최고의 경영실적으로 주주들의 지지 축이 SK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 더 이상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버린은 최근 LG 주식 매집 후 기자회견에서 SK에 대한 극단적인 폄훼를 서슴지 않는가 하면 주주서한을 보내 SK㈜ 주주들에게 최태원 SK회장의 이사 재선임 반대를 노골적으로 권유하는 등 주주들의 수준을 무시한 '선동'수준의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주주서한은 최 회장 개인에 대한 거친 표현의 비난과 함께 정관개정 요구와 관련해 이사회의 거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인신공격과 허위사실 유포,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권유한 교묘한 법망 회피라는 논란을 빚고 있다.

소버린은 제임스 피터 대표 명의로 지난 21일자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만약 최태원씨가 이번 SK㈜ 정기주총에서 다시 이사로 추천된다면 소버린은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며 "SK㈜가 위대한 경영자를 맞을 수 있도록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주주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소버린은 심지어 "최태원씨는 주주들의 돈을 사회공헌 활동에 아낌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로 최 회장을 공격했다.

이에 앞서 제임스 피터 소버린 대표는 최근 LG주식 매집 후 기자회견을 통해 LG를 '지배구조가 가장 우수한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SK보다 사회공헌 투자가 더 많은 LG 경영진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한다"고 하면서 "LG와 SK는 개혁의 양극단에 있다"고 했다. SK 깎아 내리기에 집착 수준으로 몰두하는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소버린의 최근 행태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소버린 정도 규모가 되는 펀드가 이렇게 저급한 방식으로 여론에 부각되려 하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SK가 지난해 사상최고의 실적을 내고 이사회경영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면서 소버린이 원하는 '게임'은 사실상 끝났다"며 "소버린이 아직 대결구도를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자꾸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서한 내용은 거의 '막말' 수준"이라며 "소버린은 이렇게 거칠고 신경질적인 표현으로 '품위 없는 개인 투자자' 임을 시장에 인정하는 결과가 된 걸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 이사 재선임 반대를 주주들에게 노골적으로 권유한 것 자체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명시적으로 위임장을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의결권 행사를 권유한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거래법에는 상장주식의 의결권행사를 대리하게 할 것을 권유하려면 위임장과 관련 서류를 제공하고 공시하도록 돼있다. '주주서한'의 형식으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간 '더티 플레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또 소버린은 서한을 통해 "지난달 27일 정관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SK㈜ 이사회에 전달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SK㈜는 지난 18일 소버린 대리인에게 답신을 직접 전달했다고 밝혔다. 답변이 간 게 사실이라면 '허위 사실'을 주주들에게 알린 데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주서한은 채권단의 판단에 달려있는 워커힐호텔 매각 문제에 대해서도 "최 회장이 매각하지 않고 있다"는 무리한 논리를 비난의 근거로 들고 있다.

주주서한에 언론 게재 광고를 첨부한 게 압권이다. '알아주길 바란다면…'이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손을 번쩍 든 어린이의 사진이 함께 실린 광고물. '주주로서 당신의 권리를 행사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일어서라! 대한민국'이라고 적혀 있다.

서한을 받은 한 소액주주는 "화가 난다고 해야할지, 유치하다고 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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