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병칼럼]기회와 위협의 중국

머니투데이 강호병 경제부장 | 2005.01.31 11:31

'사이즈'가 주는 부러움·위압감…中 게임 본질은 쫓아오고 도망가는 숨바꼭질

"중국 경제가 어떻게 될까. 긴축을 해도 9% 이상 고속성장하는데 중국 정부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거나 금리를 더 올리지는 않을까. 위안화를 평가절상한다면 그 폭은 얼마며 언제할까…."

이렇게 중국은 우리에게 늘 걱정거리다. 단순히 우리의 교역상대국 1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하는 위압감이 더 큰 스트레스다. 중국이 미국 다음의 세계 경제제국이 되는 것은 `따놓은 당상'이다.

`성장의 재발견' 기획취재를 위해 지난주 중국 성장의 1번지 상하이를 지각 방문했다. 거리가 약 30㎞인 푸둥국제공항과 푸둥 신시가지를 최고시속 420㎞, 7분20초에 주파하는 자기부상열차, `동방의 밝은 진주'라는 뜻의 468m짜리 TV타워인 동팡밍주가 황푸강 서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와이탄을 바라보며 푸둥 금융무역구의 마천루를 이끄는 모습은 서구를 누르고 세계 경제제국 1위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오만하게 드러낸 것들이었다.

도시 미관과 환경에 기울이는 노력 또한 각별해 되도록 못사는 나라 티를 안내려고 했다. 마천루의 모양새도 저마다 다르게 짓도록 하고 건물 정문은 큰 도로 뒤쪽편에 내도록 해서 어수선함을 피해가도록 했다. 매번 거리를 쓸고 닦아 담배꽁초도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웠다. 가로수 조경도 무척 신경써서 큰 나무 밑에 작은 관목으로 테두리를 하는 등 정갈한 모양이었다. 택시도 칼같이 영수증제다.

적어도 겉모습만 보면 상하이는 `거대한 중국 대륙의 선진국'이다. 상하이를 선두마차로 `돈'을 밝히는 중국인의 유전인자와 공산당 정부가 갖는 독재적 리더십이 묘한 궁합을 이루며 성장에 대한 강한 응집력을 표출하고 있었다. 넓은 땅과 13억 인구가 갖는 엄청난 잠재력은 참을 수 없는 유혹과 두려움을 같이 뿜고 있다.


취재기간에도 중국의 `사이즈'가 주는 부러움과 위압감은 피해가기 힘들었다. 아무리 1인당 국민소득, 기술격차로 위안을 삼아도 마지막에는 결국 `사람수가 경제력'라는 등식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서울의 명동이라고 할 만한 상하이 난징루상점에 쇼핑객이 바글거리는 것,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나 KFC에 아침 10시에 서둘러 가도 자리를 잡을 수 없는 모습은 사람수가 주는 사업잠재력의 차이로 보고 싶다.

아직 중국 경제는 한국제 독일제 미국제 일본제 부품과 기술로 조립한 로봇 같은 모양새다. 내세울 만한 자기 것은 잘 보이지 않지만 첨단에 대한 중국의 구애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방문한 친차오 수출가공공단, 창강 하이테크공단에서 중국은 첨단에 대한 강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었다.

중국이 세계 경제무대에 존재를 드러낼 때부터 우리에게 던져진 화두는 중국 경제가 과연 `기회냐 위협이냐'하는 것이었다. 아직 그 답은 주어지지 않았다. 중국 게임의 본질은 쫓아오고 도망가는 숨바꼭질이다. 중국이 쫓아오면 더 나은 기술과 생산성으로 도망가고 또 쫓아오면 적당히 넘겨주고 더 도망가는 경주다. 그런 수레바퀴가 멈추면 중국의 가공할 저가격, 모방의 용광로에 용해돼 흔적도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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