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IP TV가 왜 방송인가

윤미경 기자 | 2005.01.31 09:51

기술-산업 성장에 걸맞는 '규제 새틀짜기' 시급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흐름이라고들 한다.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통신망과 방송망이 기술발전을 거듭하면서 융합구조로 진화하고 있는 추세이고, 단말기의 거듭되는 진화도 통신과 방송의 결합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나 방송업계에서도 '통방융합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에 이견을 보이진 않는다.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양 진영은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도 대치 국면이다.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범주내에서 통방융합 서비스를 담으려고 하고 있고, 방송위원회는 방송법을 개정해서라도 이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수용하려 들고 있다. 이러다보니 하나의 서비스에 두가지 잣대를 들이대는 우스운 상황이 빚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최근 부상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IP-TV다. IP-TV를 놓고 통신계와 방송계는 서로 '내 밥그릇'이라고 우기고 있다.

'IP-TV'는 인터넷 프로토콜의 약자인 IP를 통해 방송서비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존 방송망이 아닌 인터넷망(초고속망)으로 방송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TV'라는 용어를 붙인 것은 PC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TV기반으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IP-TV는 불특정다수에서 전파되는 기존 공중파와 달리, 반드시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요청해야 하는 쌍방향서비스라는게 기존 TV를 통한 '방송'과 다른 점이다.

주문형비디오(VOD)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은행업무, 오락서비스, 정보서비스, 메신저, 영상전화를 제공하고, 부분적인 방송채널 전송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IP-TV는 TV를 켜자마자 방송프로그램이 무차별적으로 뿜어져나오는 '방송'이 아니다. IP-TV는 분명 TV수상기를 켜는 사람이 방송채널이나 영상전화, 주문형비디오 등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쌍방향통신'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왜 IP-TV가 '방송'이어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IP-TV가 TV수상기를 통한 서비스여서 그렇다고 한다면, 휴대폰을 통해 서비스되는 위성DMB나 지상파DMB는 모두 '통신'영역이어야 하는데, 현재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또, IP-TV가 방송 채널을 서비스하기 때문에 '방송'이라고 한다면, 현재 방송사나 인터넷방송들이 인터넷사이트에서 방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방송법'에 의해 규제해야 마땅할 것이다.

방송계나 통신계 모두 'IP-TV'가 통방융합서비스라고 인정하면서 '통신이다, 방송이다'를 우기는 것은 아귀가 맞지않는 일일 뿐이다. 이미 네트워크 융합은 시작됐다. 미국이나 일본, 홍콩 등 선진외국에서도 IP-TV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우리처럼 치열하게 영역다툼을 벌이진 않았다. 시대흐름에 맞춰져 등장하는 신규서비스는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해외국가들은 낡은 규제틀을 새틀로 과감히 교체하면서까지 신규서비스가 무럭무럭 성장하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IP-TV를 놓고 '방송이다, 통신이다'라고 규제권한 실강이를 벌이는 것은 20살 먹은 청년에게 15살때 입었던 옷을 입으라는 것밖에 안된다. 20살 먹은 청년이 15살때 입은 옷을 입으면 그 옷은 찢어지게 마련이다. 청년은 그 옷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술과 산업이 성장했으면 그에 걸맞는 새 옷을 입혀줘야 한다. 기존 틀에 구겨넣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새 술에 새 부대'라고 했다. 통방융합 시대에 걸맞는 '규제의 새틀짜기'를 서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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