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자산운용사 함께 사는 길

우경정 아이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 2004.12.27 11:26
자산운용업은 국가경제의 위기와 더불어 여러번의 어려운 국면이 있었지만 여전히 성장잠재력이 크고 그 역할 또한 중요하다. 자산운용사의 전체 펀드설정규모는 1998년 정점을 기록한 후 반락과 반등을 거듭하다 2003년 130조원대였으나 2004년도에는 180조원대로 회복하였다.
 
이는 저금리기조의 영향도 있지만 자산운용사의 신뢰가 상당히 회복돼 고객에게 안정감을 준 결과라 본다. 돌이켜보면 IMF 이후 금융감독당국이 꾸준히 실시해온 제도개선 즉 채권시가평가제, 채권형 펀드의 익일 환매제, 주식형 펀드의 3일 환매제, MMF의 듀레이션 제한 등이 펀드 운용의 안정성을 많이 확보해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펀드판매의 지나친 편중현상은 여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2004년 12월현재 은행 , 증권사 등 판매사를 계열사로 가진 운용사의 펀드 설정잔고는 전체 운용사 잔고합계의 88%에 이른다.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계열 운용사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여타 운용사는 소매고객에게 접근하기가 어렵고 펀드를 가입하고자하는 고객은 다양한 운용사들의 펀드에 대한 정보에 접하기 어렵다.
 
일반고객은 별도의 정보수집이 필요하며 단순한 확정 금리상품이 아닌 실적상품인 펀드에 대하여 스스로 내용을 파악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펀드상품의 지나친 유행화도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 1년 동안만 보더라도 랩 어카운트 ,절대수익추구형 ,배당형, 적립형 등이 인기몰이를 했다. 운용사들이 발빠르게 새로운 상품을 내 놓으면서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점을 높이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상품의 다양화를 가져오는 정도가 아니라 전 운용사나 판매사가 새로운 상품에 뛰어들고 고객도 인기상품에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은 위험도가 높은 상품일 경우 언젠가 산업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정통의 장기 펀드 위주의 시장에서 여러 가지 틈새상품 성격의 펀드가 보완되는 것이 좋을 것이며 대형운용사는 더더욱 그러한 정통 펀드위주의 영업을 해주면 업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연기금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최근 몇 년을 되돌아 보면 주식시장에서의 역할은 지대했다고 본다. 연기금에 더 바란다면 주식형에 대한 자금위탁 운용사를 선정할 때 엄격한 정량적 기준의 적용으로 운용사의 신규 진입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줬으면 한다. 최소 단위 금액으로 진입이 가능하게 해주면 운용업계의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운용회사별로 보면 전체 펀드 설정잔고가 1조원을 넘어 3조원에 달하는 자산운용사도 주식형 성장형 설정잔고는 100억원 미만인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 상태에서 현재 보유하고있는 성장형의 실적을 요구하면 운용능력보다는 펀드 잔고 보유 사실이 중요한 평가척도가 되는 셈이다.

위험한 운용사에 자금을 운용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런 운용사 중에도 과거 업계에서 오랜 기간 수천억원의 자금을 잘 운용한 경력있는 펀드매니저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많이 있다. 진입을 하지 못해 경쟁의 기회조차 주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제 자산운용산업은 발전의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대형판매사가 타 운용사의 틈새상품 판매 기회를 제공해 주고 대형 운용사는 정통펀드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 이에 더해 연기금이 운용사에 대하여 경쟁의 물꼬를 넓게 터준다면 우량한 운용사의 층이 두터워져 자산운용산업 안정성은 더 한층 높아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객의 재산증식을 위한 진정한 동반자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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