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세이]세계화 쇼크와 국가비전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2004.12.09 12:12
1994년 10월21일은 생각하기도 끔찍한 날이다. 서울 성동구의 성수동과 강남의 압구정동을 잇는 한강의 11번째 다리인 성수대교가 무너진 날이기 때문이다.

16번 버스가 다리 아래로 곤두박질 쳐서 통학길의 무학여고생과 출근길 시민 등 32명이 죽었다. 성수대교는 서울시청이 한국의 대표적 건설회사인 동아건설로 하여금 1977년 4월에 착공하여 1979년 10월에 완공시킨 다리였다. 불과 15년 만에 힘없이 붕괴한 참상이었다.

그것은 ‘한국의 기적’이 얼마나 속 빈 강정인가를 한국인은 물론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는 꼴이 됐다. 부패·부실·허상이 백일하에 드러난 웃지못할 희극이었다. 또 얼마 후 동아건설은 무너졌고 국가적으로도 외환위기에 휩싸였다. 천문학적인 돈이 공적자금이란 명목으로 국민의 피와 땀을 삼켰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비행기 사고와 선박침몰. 세계적 자동차사고의 나라 한국은 참담한 뉴스거리를 세계에 제공했다. 한 때 외국비즈니스맨은 물론 해외교포까지 입국을 꺼렸다.

1996년 3월 서울시는 새로운 성수대교를 착공 1998년에 완공하였는데 교통량 증가로 그 후 다시 공사를 하여 8차 도로로 확장 개통했다. 삼풍백화점자리는 공원이나 부실·참상을 경고하는 기념장소를 만드느니 하다가 결국 초고가의 수십층 주상복합아파트가 위용을 뽐내는 곳으로 변신했다.

한국이 겪고 있는 세계화는 태풍과 같다. 그래서 세계화 쇼크다. 튼튼히 지은 집이나 다리도 견디기 위태롭다. 그런데 드러나지 않은 부실이 아직도 많을 게다. 불안하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교감하며 뚜렷한 큰 방향을 향해 달리는 국가비전의 공유가 실감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정부나 기업이나 개인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동북아경제중심 국가건설이니 허브국가 건설로 선진국 달성이니 한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많지 않다. 일찍이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동북아시대’라고 예견했다. 따라서 동북아시대의 중심국가가 된다는 것은 21세기 중심국가로 부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막말로 꿈은 야무지지만 허황스럽다. 맹꽁한 일부전문가와 관료와 정치가의 말장난같다.


‘중심’이란 표현을 쓰자니 금방 중국의 중화사상과 일본의 대화사상이 째린다.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전략과 미국의 팍스아메리카나도 신경 쓰인다. 그래서 ‘허브(Hub)’라는 ‘완화’된 표현으로 슬그머니 쭈그러들었다. 그렇다고 허브는 괜찮은가? 인천이나 부산을 거점으로 무슨 경제특구니 떠든다고 상해나 일본과 싱가폴이 눈 하나 껌벅하지 않는다. 자타가 공감키 어렵다.

한국은 두말할 나위 없이 반도국가다. 반도국가는 그것의 특징을 살려야한다. 그렇게 국가비전을 세워야 씨알도 먹히고 차별화도 되고 평화도 지키고 남의 눈총도 받지 않는다. 중국·러시아대륙과 대양을 잇는 가교역할이다.

그래서 가교국가건설이 명쾌한 답변이다. 로마처럼 세계를 모두 집어먹든가, 평화롭게 가교역할을 선언한 후 생존·번영을 꾀하는 게 현명하고 설득적이고 평화적이다. 상하이도 하바로브스키도 또 오사카나 도쿄도 싱가폴도 누구도 시비 걸 수없다.
허풍으로 먹고사는 전문가랍시고 어렵사리 경제중심이니 헛 폼 잡을 필요도 없고 허브니 문자 써서 헷갈리게 할 필요도 없다. 허브모델로 네델란드를 찝어대지만 그곳은 역사·지리(地利)·풍토가 한국과 딴판이다. 아일랜드의 IT·의료중심 성공사례도 한국과 똑같지 않다. 일부 힌트가 있을 뿐이다. 몇 백만 인구의 싱가폴과 홍콩도 도시국가일 뿐이다. 남한만도 4700만명의 국가이며 남북한 합치면 7000만 인구로 세계 220여 나라 중 상위 10% 인구대국에 속한다.

다만 다리 한 쪽인 북쪽의 억지정권과 총체적 부실이 문제다. 그렇다고 남쪽도 싱싱한 것은 아니다. 북쪽은 핵을 빌미로 식량꾸러 세계만방에 거렁뱅이질 하고 있고 남쪽은 IMF 빚을 공적자금으로 봉땜하고 있는 중이다. 자기성찰·겸손으로 새롭게 세상을 보며 헛발질 말아야 한다. 그래야 세계화 쇼크를 이겨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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