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를 차라리 갈든지...

머니투데이 이백규 기자 | 2004.11.19 16:35

경제정책 라인 뒤죽박죽 '컨트롤타워'를 만들자!

참여정부 실세 8인방의 극비 모임이 화제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2~3시간씩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현안 대책 회의를 가졌다.

참석자는 이해찬 총리를 비롯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의 문재인 시민사회수석과 이병완 홍보수석,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현집권층 당정청의 핵심실세들이 모두 망라됐다.

권부의 숨은 콘트롤타워, 쉐도우 캐비넷이 따로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7월 이후 이총리의 '한나라당은 차떼기당' 수습안, 헌재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대책안 등 국정현안 해법을 모색했다.

이부영 의장은 이런 뉴스가 전해지자 "조그만 회사도 경영 회의를 하지 않느냐"라며 "정보기관, 검찰 등이 참여한 과거의 공안대책회의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순수한 논의기구이고 국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필요하고 적절한 모임"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경제정책 조율에 있어서는 왜 이런게 안될까. 경제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고 민생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말들은 하면서 이런 회의체를 구성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그런 기능을 해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일까.

이의장 말대로 조그만 기업도 의사결정 하나 내릴때 기획 재무 마케팅 인사 R&D 홍보의 각분야 얘기를 다 들어보는데, 하물며 예산 120조원 GDP 5000억달러(한화 600조원)의 거대 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정책팀은 총괄은 커녕 각기 제각자다.

지금 우리 경제의 주요 모순중 하나는 강력하고 순발력있고 창의력있는 경제 총괄 사령탑의 부재다.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기업투자가 일지않고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면에는 경제의 헤드쿼터, 콘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는데 따른 불안감과 혼란감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면 수석, 경제 부총리면 부총리에게 경제정책 총괄 권한이 주어져 일국 경제의 기획과 집행과 마케팅과 대내외 홍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실세인지, 어디서 정책이 결정되는지 신호가 헛갈리게 나온다.


종합부동산세는 이헌재 부총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당에서 뒤집는다. 연기금 활용 대책은 비경제분야 실세 김근태 보복장관이 "하늘이 두쪽나도" 못하겠다며 이부총리 뒷다리를 낚아 챘다.

경제권 내부 분열도 심각하다. 우선 사공이 너무 많다. 청와대에만 해도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겸 정책특보, 김병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조윤제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그 밑으로 김영주 대통령비서실 정책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이 있다. 실세 국무총리의 총리실도 이젠 한 수 거들어야 겠다고 나선다.

현장에선 누구에게, 어느 라인에 보고해야할지 조차 헛갈린다고 한다. 간섭만 있고 결정은 없고 보고만 받고 응답은 없는게 지금 경제정책 라인의 상태다. 게다가 딴 목소리 투성이다.

이정우 위원장은 18일 일모도원(日暮途遠.날이 저무는데 갈길은 멀다)이니 개혁을 더 늦출 수 없다며 개혁 앞으로!와 경제체질 개선을 외쳐대고 강철규공정위장과 열린우리당 정무위 의원들은 재벌개혁의 기수를 자임하고 나섰다.(1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무위 통과). 이 정부는 경제에 관한 한 10인10색이요 '따로국밥'이다.

경제에 힘이 모아지고 정책라인에 컨트롤타워가 생기고 그래서 신호등이 제때 잘 켜져 방향제시를 한다면, 살타래처럼 꼬여있는 경제는 속시원히 확 풀리고 2002월드컵의 열기와 외환위기의 금모으기 열정은 다시 살아나고, 그때 비로소 식어가는 경제활력은 살아 꿈틀거리는 마그마 에너지 덩어리로 변하게 될 것이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난 2월 이제와보니 쓰러져가는 한국경제, 곪아 터지기 일보전의 망가진 경제를 전임자에게서 물려받아 지금까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좌로부터는 우편향이라해서 씹히고, 우로부터는 허장성세의 공격을 받고 있다.

이순의 그에게 힘을 몰아 주던지, 8인회같은 경제 CT를 만들든지 둘다 힘들다면 힘있는 실세 부총리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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