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의 골프칼럼]컨시드의 ABC

김수정 MBC 골프캐스터(아나운서) | 2004.11.12 16:35
 그린 위에서 플레이어가 듣게 되는 소리 중에 가장 반가운 소리는 '땡그랑'하고 내 공이 홀로 떨어지는 소리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듣기 좋은 소리는 '오케이!'라며 동반자가 컨시드를 주는 소리일 것이다. 최소한 프로가 아닌 일반 아마추어들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사실 주말 골퍼들끼리는 이 컨시드 없이 경기하기란 여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컨시드도 그냥 줄 게 아니라 앞뒤를 살펴보고 주어야 한다. 그런데 종종 자기가 버디를 했다고 나머지 세 사람의 상대적인 경기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다 오케이!", 심지어는 "뒷 팀까지 오케이!"하며 호기를 부리는 사람을 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원 펏이 가능한 짧은 거리, 또 다른 사람은 겨우 그린 엣지에 턱걸이 하다시피한 롱 퍼팅, 이런 경우 자기 기분대로 "모두다 오케이"라는 선심은 적절치 않다. 짧은 거리를 남겨놓은 사람에게는 어찌 보면 기회 박탈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공평한 게임을 방해하는 셈이 된다. 골프는 네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상호 작용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또한 짧은 퍼팅을 연습해보려고 진지하게 벼르고 있는 사람에게 틈도 없이 컨시드를 외쳐대서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컨시드를 받고 나면 빨리 홀아웃을 해줘야 할 것 같은 급한 마음에 제대로 퍼팅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에서는 펏을 하게 해주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생각해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컨시드와 관련해 또 하나 고려할 사항이 있다면 그 사람의 그 홀 경기 내용에 따라 컨시드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만일 힘겹게 온 그린을 한 사람이 있다면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에서 컨시드를 주면 좋을 듯 싶다. 그렇지 않고 그 홀에서 동반 경기자들과 스코어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혼자 결정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이 컨시드는 적당한 때 적절하게만 활용한다면 인간관계의 훌륭한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 홀에서 쌓인 낭패감을 다소나마 누그러뜨리기도 하고 가끔은 상대의 포용력있는 성격이나 배려로 서먹했던 사이를 허물없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컨시드를 '사랑의 묘약'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정의 묘약'이라 부른다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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