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낭만프로젝트'가 매출1조 알짜될 줄이야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4.11.11 08:52

[경제기행]삼성<18> 용인 자연농원 타산없이 가꾼 450만평.. 곳곳 호암의 추억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는 '기업은 이윤을 창출함으로써 제 기능을 한다'는 원칙에 엄격했다. '부도를 내는 기업인은 역적'이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사업을 새로 벌일 때면 철저히 채산성을 따졌다.

남들이 '안된다'던 사업을 강행한 적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건 이미 그의 계산으로 셈이 끝나 있었기 때문이다.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사람이 무사한 지 확인한 후 건너자고 결심할 정도'라고 비유되던 철두 철미한 검토, 그러나 일단 결정한 후에는 무시 무시한 속도의 일관돌파, 이게 호암을 특징짓는 사업 추진방식이었다.

그러나 그의 사업력에도 거의 유일한 예외가 있다. 아무리 따져도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에 손을 댄 것이다. 그게 용인자연농원, 지금의 삼성에버랜드다.

1970년 2월 부지 매입을 시작했지만 용인군 포곡면 5개리(里) 일원의 부재지주 1000여명과 산지 소유자 2000여명을 설득하는 작업부터가 '반(反)사업적'이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은 둘째치고 산재한 5000여기의 분묘를 처리하는 것도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수익이 언제, 얼마나 나올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호암이 자연농원 사업을 밀고 나간 것은 계산을 넘어선 뭔가가 있었기 때문일 터였다. 그걸 이해하기 어려웠다. 호암은 원칙주의자요, 금도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문화재단을 세워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내놓은 것은 이쯤 벌었으니 내놓아도 나쁠 것 없다는 결심의 소산이라면 말이 됐다. 그건 삼성에 앞서 이병철 개인이 결단을 내리면 되는 일이었다.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등 언론에 손을 댄 건 권력의 폐해를 누구보다 생생히 체험한 데 따른 현실적인 계산과 도의(道義)숭앙의 가치관이 맞물려 있다고 해석하면 충분했다. 중앙일보를 경영하면서도 호암은 '건전한 언론'은 '합리적인 경영'위에서만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정착되지 않은 언론 경영의 본질을 이미 40년전 꿰고 있었던 것이다.

사업보국의 호암 이데올로기는 이렇게 '사업가'로서 실현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용인'은 아니었다. 대사업가 호암의 일상적인 사업 방식과 달랐다.

답답한 심정으로 휴일 밤 늦도록 호암자전(湖巖自傳)을 다시 들추다가 '꿈'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쳤다. 그렇다. 호암도 한 차례 꿈을 꾼 것이다.


자신이 벌인 대부분의 사업을 냉정한 검토와 사업가 본연의 타산으로 접근했지만 용인자연농원 만큼은 '자연인 이병철의 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니었을까.

'푸른 산을 가꿔 후손에게 유산을 남겨 보자. 깔끔하게 정돈된 자연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도 기쁨이 아니겠나. 여기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풀을 심어 보자…이제 이정도 호사는 누려도 되지 않을까…'

60년대 후반의 어느날, 호암은 문득 이런 독백과 함께 난생 처음 '무모할 정도로 낭만적인' 사업을 결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호암이 그 때 어찌 짐작이나 했으랴. 30년 후 에버랜드가 매출 1조, 순익 1000억원의 '생활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게 될 것임을. 그룹 지배구조의 3각축을 형성하는 일종의 지주사 역할로, 전혀 원치 않는 관심과 때로는 비난의 무게에 시달리게 될 것임을.

◆미술관·호암장에 얽힌 추억

답안지를 손에 쥔 수험생의 심정으로 가볍게 용인을 향했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를 갈아타고 경기도 마성 에버랜드 방향 표지판을 따라 톨게이트를 빠져 나왔다.

따뜻한 날씨 덕에 늦단풍이 제법이었다. 철마다 한번 씩 오는 익숙한 길이었지만 이번에는 호암을, 호암의 꿈을 직접 대면한다는 생각으로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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