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경영코칭]'이름없는 영웅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부사장 | 2004.10.15 16:28
"사지 멀쩡한 젊은이가 쉰다는 건 우리 땐 폐병 3기나 되어야 꺼내는 말인 줄 알았다. 요즘 젊은이들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 실업률도 높다는데 툭하면 그만 둔다. 상사에 대한 존경심? 그런 건 기대할 수도 없다." 50대 어느 기업 임원의 말이다.

한 중견기업 사장님은 얼마 전 새로 단장한 고객 센터가 잘 돌아가나 보려고 점심시간에 들렀다가 뜻밖의 대접(!)을 받았다.

데스크에 앉아 있던 직원이 일어나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었던 것이다.

사장 얼굴을 알지 못하고 굳이 기억하려 하지 않는 직원들. 중병에 걸리지 않았어도 비전을 찾아서, 공부를 위해서 혹은 그냥 쉬겠다며 사표를 내미는 철없어 보이는 젊은이들. 이들이 지금 우리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다.

일터의 노동력은 이미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 대목에서 잠깐 퀴즈. 여기서 변화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은? 답. 과거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사실.

사실 이것은 대단한 도전이다. 상명하복의 질서 아래서 성장했고, 끊임 없이 충성심을 훈련해온 임원들이 그 질서에 속하길 거부하는 직원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면서 그들이 성과를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부모님 봉양을 의무로 아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를 왕으로 모시는 첫 세대'인 그들은 조직에서도 고단한 낀 세대다.

잘 나가는 임원들. 그들에게도 마음 속 태풍은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은 리더에게 이야기 책에 나오는 원탁의 기사 같은 용기, 결단을 기대한다. 그런가 하면 아래 사람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그들의 성공을 지원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한다.

요컨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기대하는데, 권위는 먹히지 않는다. 가부장적 질서는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경쟁에 관한 한 평화 시대가 아니다.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출범하여 한국야구사에 깨지지 않을 실패기록을 남긴 전설적인 팀 삼미 슈퍼스타즈를 다룬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이 원년 성적을 요약함으로써 프로 세계의 냉엄한 현실을 갈파한다.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 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 베어스: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OB 투수 박철순의 허리 부상에 빗댄 이 표현은 매우 냉소적이지만 날카롭게 현실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프로의 세계에서 평범하다는 것은 꼴찌를 뜻한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임원들이 놓인 환경도 프로야구 순위경쟁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현실에서 임원들은 현재 분투 중이다. 매출, 순이익, ROI를 끌어올리거나 이직률, 고객불만율을 낮추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다. 높은 성과도 내야 하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평판을 받고 싶다. 내면의 평화? 물론 원한다. 나의 바램은 이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다.

대기업 상무님의 얘기 한 편. 어느 날 핵심적인 인재가 사직서를 냈는데, 주위에서는 말려도 안 된다고 포기한 상황이었다. 지혜로운 상무님은 이 직원을 따로 만났다. 조직에 대한 불만 등 모두 듣고 나서 그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만약 옮긴 회사에서 이와 똑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는가?"

직원은 즉답을 못하였다.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자리를 물러났던 그는 얼마 후 나타나서, 생각을 바꾸었노라고,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말하였던 것이다. 지혜롭지 못했다면, 우리가 흔히 하는 대로 이 경영자는 상대방의 말을 듣고 질문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충고하고 약속을 하고, 과장되기 쉬운 미래를 약속했을 것이다.

믿었던 직원이 떠날 때는 경영자도 상처를 받는다. 경영자들은 스트레스 속에서 일하면서도 심리적인 보상으로 직원들의 존경심을 기대하는데, 직원의 사직서는 그런 기대를 배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혜로운 상무님이 지혜로웠던 대목은 경청하고 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데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 자기 자신의 에고를 낮추고, 진정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려 했다는 점이다. 좋은 코치는 이렇게 처신한다. .

조직의 희망은 리더들에게 달려 있다. 양 어깨에 짐이 많은 이들, 그 짐을 던져 버리지 못하고 껴안고 전진하는 그들을 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이라 부른다. 'Executive Coaching', 즉 경영자 코칭은 이들에게 좋은 벗이 되고자 한다.

고민을 나누고 새로운 각도에서 문제를 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코치로서, 말하자면 알려지지 않은 많은 영웅들의 벗이 되는 것이 이 칼럼의 목적이다. 열려 있는 칼럼으로서, 언제나 독자 제위의 충고와 피드백을 구한다.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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