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의 골프칼럼]하비 페닉의 한마디

김수정 MBC 골프캐스터(아나운서) | 2004.10.08 14:28
 전설적인 교습가인 하비 페닉의 제자중에 미 LPGA에서 활약했던 베티 제임슨이라는 선수가 있다. 베티는 그 스승에 대해 “내 스윙을 바꾸려 하지 않고, 절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법이 없으셨죠. 오히려 스스로 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셨어요.” 라고 회고한다.
 
 톰 왓슨을 비롯한 많은 유명 프로를 길러낸 하비 페닉은 많은 말을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골프의 열정에 빠진 사람들은 그의 금쪽같은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대여섯 시간씩 차를 몰아서 달려오곤 했다. 그가 시합을 막 마친 프로가 됐든, 돈 많은 재벌이 됐든, 갓 골프를 시작한 주니어가 됐든...
 
 그만큼 그의 코치는 핵심을 찌르는 혜안이 있기 때문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한다. 얼핏 보기에는 선문답(?) 몇 마디 주고받고 오는 것 같지만 그 안에 이미 많은 메시지가 전달된 것이다. 그는 절대 상대방의 기를 꺽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장점을 사랑하고 집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에게 골프를 배워서 훗날 대단한 선수들이 된 사람들은 하나 같이 “스승은 골프 기술보다는 철학을 전수해주셨습니다.” 라며 고마움을 표한다.
 
 며칠 전 골프를 시작한 지 몇 개월 안된 분과 함께 라운드 할 일이 있었다. 꾸준히 매일 몇 시간씩 연습할 정도로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 가끔 미스 샷이 날 때마다 무언가 한마디씩 거들고 싶은 마음을 누르느라 애를 먹었다. 비기너와 라운드 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유혹(?)을 경험해 보셨을 것이다.

 
 그러나 ‘숲을 보지 못하고 아직도 나무밖에 보지 못하는’ 내가 한 두 마디 잘못 코치했을 때 그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겠는가! 그저 격려하고 마음 편안하게 해준다면 그건 그 사람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 일 것이다. 필드에 나와서 스윙을 고쳤다는 얘기는 내 평생을 들어보질 못 했으니까 말이다.
 
 가끔 연습장 앞뒤 타석에서 슬그머니 다가와 코치하려는 분들을 또 만나시거든 “90대는 무조건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어하고, 싱글은 물어보면 겨우 한마디하고, 프로는 보상(?)이 있어야 입을 연다” 라는 농담을 슬쩍 흘려보시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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