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미지관리]분노에 수면제를 먹여라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사장 | 2004.08.09 17:22
미국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의 서재에 `화가 나면 열까지 세고 상대를 죽이고 싶으면 백까지 세라`는 글이 붙어 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지없이 버럭 화가 난 기억이 있다. 나와 다른 성향인 사람의 어떤 언행을 대할 때는 이해할 수가 없게 되고 화가 난다. 그러면 평소의 모습과는 다른 격한 말이나 행동으로 대응하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이때가 바로 애써 관리해온 이미지가 망가지는 순간이다. 물론, 솔직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CEO들이 '바람직한 CEO상'의 으뜸으로 꼽듯, 리더는 감정적인 표현을 자제해야 하는 순간들이 무수히 많다. 화가 날 때가 바로, 더 특별히 이미지 관리가 필요한 때이다.

화가 날 때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나의 기대나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기대치다. 누구든지 간에 상대를 너무 높이 평가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만나는 상대는 결코 나의 기대와 욕구를 다 파악할 만큼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도 아니고, 그에 맞는 처세를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상대를 너무 높게 평가해 버리는 것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틱낫한 스님의 말씀처럼 '내가 맞고 상대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를 뿐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사실 화날 일도 줄어든다. 그러면 어려운 순간의 이미지 관리도 잘 할 수 있다.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면 한숨은 좀 나와도 그토록 화가 치밀지는 않는다. 여기에 더해 그렇게 하고 있는 상대의 심리나 상황을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면 화날 일은 적잖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은 비단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분노를 통제해야 한다.

미국정신과학회에서 `화병'을 정식 의학용어로 등록하며, `분노의 억압에서 기인하는 한국인에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기록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욕구는 무시된 채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는 것 역시 좋지 않은 방법이다. 불쾌한 일은 불쾌하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문제는 바로 표현 방법이다. 지나치게 소극적이거나 공격적이지 않으면서 나를 표현하는 자기 훈련을 통해 분노의 발생 기회들을 줄여가야 한다. 이것은 나의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더 이상 실수하고 잘못할 기회를 차단시켜 주는 일이기에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심하게 감정적이면 안되지만 나의 심리 변화를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 노출시킬 필요도 있다. "나는 지금 당신의 불합리한 주장과 무례한 태도에 무척 화가 나려 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잠시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있다. 거울 앞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른다. 단 30초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여전히 화가 나기는 해도 아까보다는 감정 조절을 훨씬 잘 할 수 있게 된다.

심리학에 `수면자 효과(Sleeper Effect)'라는 것이 있다. 같은 정보가 일정한 간격으로 또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앞의 것이 지워진다는 것이다. 화가 날 때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잠깐동안이라도 시간의 공백을 두어 열을 식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음에 수면제를 먹이듯 감정을 잠재우는 것이다. 위에 묘사한 것처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거나 화장실에 다녀옴으로써 나의 분노에 수면제를 먹인다.

상대가 분노하는 경우에도 수면제를 먹이자. `분개한 사람만큼 거짓말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F.W.니체의 말처럼 과장되고 험한 말을 다 듣고 있으면 성인군자가 아닌 다음에야 상대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상대와 떨어져 있다가 다시 대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영어의 `화(anger)`는 `위험(danger)`에서 글자 하나 차이이다. 화난 상태에서 한 행동이나 더해지는 말 한마디는 분명 위험하다는 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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