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삼성의고민(3)-이재용 승계의 전제

머니투데이 성화용 기자 | 2004.07.23 10:51
삼성 지배구조의 가장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보면 결국 '3세(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승계'가 최후의 이슈로 걸려있다. 사실 계열사간 복잡한 순환출자와 변칙증여 논란을 낳고 있는 사모 전환사채 발행 등은 모두 이 화두에 고리가 꿰어져 있어 더 골치아프다.

그러나 삼성은 아직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는 해법을 못찾은 것 같다. 삼성측 스스로도 '대안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3세 승계 구도를 전제로 답을 찾아왔기 때문에 이제와서 답안지를 통째로 바꾸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삼성의 브레인들이 현재까지 내놓은 해법아닌 해법은 '지배구조가 안정될 때 까지 사회적, 정책적, 법률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정도다.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지배구조 안정화 프로젝트'를 돌려봐야 뚜렷한 묘안이 나오지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 나오는 '정답'을 요구하며 소송과 고발, 위법 사례의 공개가 잇따르니 삼성은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나 삼성은 어쩔 수 없이 다수의 '재벌감시자'들에게 '화해하자' 고 손을 내밀고 있다.

'당신들과 적대적 관계로 거리를 두고 싶지 않다.(골치 아프다) 삼성은 그런 기업이 아니다.(삼성의 경제 기여도를 생각해보라)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 있지 않겠나(싸우자고 달려들지만 말고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삼성도 3세 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는 윈-윈 구도를 함께 찾아보자)'

이런 내심의 목소리와 함께 들고 나온 방법론이 '사회적 책임 투자'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7월 스웨덴 발렌베리(Wallenberg)그룹을 방문한 후 '강소국' 개념과 함께 내놓은 명제다. 발렌베리가문은 5대째 스웨덴 경제를 지배해온 유럽의 대표적인 재벌이다.

진보정당인 스웨덴 사회민주당이 스톡홀름증시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14개 계열기업군을 스스럼없이 용인한 배경은 바로 국민적 공감대다. 스웨덴 국민들이 발렌베리의 경제 지배를, 그들의 효율과 기여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도 내놓겠다고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 본연의 사회적 소명을 다하는 동시에 기금을 출연해 기초과학 연구 개발에도 쓰고 복지 향상에도 쓰이도록 하겠다고 한다. 법적, 제도적으로 정리하기 힘든 지배구조를 현실로 인정해 주면 대신 사회적 책임을 자발적으로 떠맡겠다는 게 삼성측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처럼 이러한 사회적 대타협이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이 과연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회의론자들은 스웨덴등 북유럽 국가들과는 자본주의 정착의 역사가 다를 뿐 아니라 재벌과 대중간의 누적된 불신을 단시일 내에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더 이상 삼성의 다리를 걸지 말라'는 과격한 타협론 내지 삼성 옹호론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면, 또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의 성공을 인정한다면 지배구조나 후계구도 문제는 이쯤 덮어두고 보다 폭넓은 사회 기여를 끌어내는 편이 생산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논리가 여론의 중심에 서게 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학계와 전문직 종사자 그룹의 말 없는 다수가 3세 경영의 또 다른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3세 이재용'이 아니라 '경영자 이재용'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2대를 이어오며 '글로벌 베스트'로 성장한 연 매출 170조원의 거대 기업군을 끌고갈 자질과 능력이 검증됐느냐 하는 문제다.

이 상무는 아직 강렬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오너십 계승 당사자의 '시장가치'는 문제를 풀어갈 가장 수월한 키워드가 될 수도, 거꾸로 결정적인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삼성을 물고 늘어지지만 '패밀리'의 삼성 지배권을 뺏자는 식의 극좌적 접근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혈연 하나만으로 '국민기업'의 총수가 되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건 삼성 주식에 투자한 수백만의 소액주주들도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후계자는 시장에서 검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한가지, 삼성의 '사회적 책임투자'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삼성 패밀리의 '자기희생'을 요구한다. 그 정도와 방법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다"

삼성 공격의 전위에 있는 김상조 한성대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에게 삼성 후계구도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종용한 끝에 들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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