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인터뷰] 템플턴 경에게 듣는다

정희경 특파원 | 2004.06.10 10:33
“결국 인간이다. 컴퓨터 시스템을 비롯해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재정거래 등을 통한 단기 차익을 거두는 것은 어려워진다. 누구나 정보에 신속히 접근하게 되고 매매시스템도 선진화해 최고의 트레이더들도 이익을 내기 힘들다. 시장의 효율성은 극대화한다.

그러나 기계가 투자 과정에서 인간의 품성, 곧 탐욕과 두려움, 독창성 등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기술이 투자의 객관적인 부문을 차지하더라도 남는 주관적인 것은 결정이 이뤄지는 대목이고, 지혜의 가치는 높아진다.”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로 불리는 존 템플턴(91)은 성공적인 투자 실적과 별도로 고매한 인격과 도덕성을 갖춘 투자자로 월 가에서 가장 존경을 받고 있다. ‘뉴 밀레니엄’을 두 해 앞둔 98년 1월 작성한, 40년 후의 전망에서도 인간의 가치를 소중히 하는 그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템플턴이 머니투데이 창간 기념 인터뷰를 수락했을 때 기자는 수십 가지의 질문을 준비했다. 당장 한국과 중국에 대한 시각을 포함해 요동하는 상품시장과 달러화 전망, 미국의 주가 수준, 투자 원칙과 성공하는 투자 비법에 이르기 까지 묻고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템플턴은 일정상 서면으로 이뤄진 인터뷰에서 ‘고수’ 답게 선문답 형태로 답했다. 그는 “머니투데이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25개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없어 대신 도움이 될 만한 생각(ideas)들을 정리해 보려 한다”고 운을 뗐다. 때문에 이번 인터뷰는 엄밀하게는 템플턴이 머니투데이 독자에게 보낸 메모나 편지가 정확할 듯 하다.

하지만 그가 5쪽 분량으로 바하마에서 보낸 편지에는 숫자나 퍼센티지(%)를 곁들인 구체적인 즉답이 없었을 뿐 기자가 던진 질문의 답 핵심은 모두 담겨 있었다.

우선 한국에 대한 시각이 궁금했다. 템플턴은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거의 200개 국가, 150개 통화가 있다. 대부분 미국 보다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한국을 포함해 싱가포르 홍콩 뉴질랜드 호주 러시아 등 6개국이 괜찮다”고 답했었다. 그의 한국 애정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자들은 항상 현재의 순익에 비해, 특히 앞으로 10년의 예상 수익과 비교해 가장 주가가 낮은 주식들을 발굴해야 한다. 이 원칙이 10년 전 보다 한국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템플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현재에도 한국에는 다른 어느 국가 보다 매력적인 종목(bargains)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인들이 정직하고 근면하며, 검소하고 새로운 기회나 발상에 열려 있기(open minded)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로 서울 증시를 압박했던 중국은 어떨까. 이에 대해 템플턴은 “과도한 공산주의 및 규제, 정부 소유 등이 한국 보다 매력을 떨어뜨리지만 지난해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 전까지 기회의 대상 가운데 하나였다”고 답했다.

중국이 이번 세기 미국을 제치고 최대 경제국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그가 앞서 30년의 "짧은 기간"을 잡고 투자한다면 자산의 상당 부문을 중국에 할애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중국은 아직 한국 만큼의 매력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대형 기관이나 유명 투자자들도 상품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환율 급변동에 따라 통화 투자도 활발한 편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달러화 하락을 예상해 달러화를 팔고 다른 통화를 사는 게 단적인 예다.

템플턴은 “장기적인 투자를 위한다면 순익이 늘어나고 있는 기업들이 순익이 전혀 없는 통화나 상품에 투기하는 것 보다 수익성이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주식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보다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계에서는 유권자들이 항상 보다 많은 지출을 약속하는 정당에게 표를 던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거의 모든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가 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도 한 세기 전과 비교하면 구매력이 1/10 정도로 낮아졌다. 이번 세기에도 유사한 감소가 이뤄질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앞으로 한 세기, 투자자들이 순익이나 순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을 주로 매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증시에 주름살을 남기고, 증시도 급등락하는 와중에 초연하기는 어렵다. 정보의 민주화, 기술의 발달은 증시의 변동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수 세기 주식이나 상품, 부동산을 통화적인 비용의 관점에서 보면 광범위한 변동이 있었다. 앞으로 한 세기에도 거의 비슷한 규모의 변동이 가능하다.” 템플턴은 이런 분석에 따라 “현명한 투자자라면 증시 전반의 주가가 이전 정점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침체(depression) 시점을 기다려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높으면 떨어질 때까지 그저 기다려야 하가. 템플턴 역시 현재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투자자들이 자산을 아무 곳에도 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현재와 같이 주가가 높은 때에는 평균 수익률을 약속하는 뮤추얼 펀드에 맡기는 게 적정하다. 주가가 높은 수년 간을 잘 참으면 순 자산을 유지하는 한편 다음 침체기에 매력적인 종목을 상당 수 사들일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된다.”

템플턴은 군중심리나 패닉에 빠지지 말 것을 아울러 주문했다. “투자 가치가 보다 빠르게 늘어나기를 원한다면 항상 군중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모두가 서둘러 팔려고 하면 매수로 그들을 도와라. 이후 모두가 급하게 매수에 나서면 그들을 위해 팔아라.”

“군중으로부터 독립은 사무실이 뉴욕에 있다면 쉽지 않다. 그러나 바하마에서 일하면 세계 에서 매력적인 종목을 탐색하는 게 한결 용이하다. 바하마에서는 투자 잇점 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한국 보다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수 있다.” 템플턴은 지난 68년 월 가를 떠나 31년째 바하마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린 인물로 꼽힌다. 또 명문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로즈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투자외 세계에 뛰어들었더라도 성공할 수 있는 ‘배경’은 갖춘 셈이다.

“누구나, 설사 15세가 되기 전이라도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재능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는 부지런히 모색한 끝에 예일대 시절 각국의 매력적인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일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근면하면 장기적으로 큰 부를 만들 수 있다. 내 나이 78세때 회사(템플턴 펀드)가 100만명 이상의 투자자들의 재산 형성을 도울 수 있었다.”

현재 뮤추얼펀드 운영에서 은퇴하고 재단의 자선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템플턴은 정신적인 부(spritual wealth)를 강조한다.

“광범위한 연구를 계속하면서 수천 만명의 사람들이 정신적인 부를 늘리는데 도울 수 있다면 내 인생이 몇 배 값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올해 91세다. 템플턴 재단은 연간 3000만 달러 이상을 80개가 넘는 과학자 그룹에 지원하고 있다.” 템플턴 재단은 과학과 종교를 축으로 하는 기초과학, 영성과 건강, 성품개발, 인물과학, 자유 시장원리 등의 분야 연구 활동을 후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1500만 년의 태양계 역사 가운데 지난 세기 과학적인 연구가 인체에 대한 지식을 100배 이상 늘렸다. 지난 3세기 전자에 관한 지식은 1000배 이상 증가했다. 누군가 연구 비용을 댄다면 영성(spiritual realites)에 대해 훨씬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템플턴은 정신적인 부가 금전적인 부와 다른 차원이 아니며 함께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과 고객에게 최상의 혜택을 주려고 하는 가게 주인은 가장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직과 신뢰, 근검과 절약에 초점을 맞추는 인물은 자신은 물론 남에게 금전적, 정신적 부 형성에 모두 기여한다는 명성을 얻을 수 있다.”

템플턴은 성공적인 투자자의 정의를 내려 달라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가장 성공적인 투자자는 인류에 최대의 발전과 번영, 정신적 부를 안겨주는 인물이다. 누구나 매일 자신의 창조 주에게 인류의 발전을 앞당기는 데 최상의 기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게 현명하다.”

템플턴의 선물 템플턴은 머니투데이 독자에게 재단에서 발행하는 잡지와 신문을 6개월간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잡지 ‘과학과 영혼’, 신문 ’과학과 신학’은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 성과 등을 담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출판물이다. 자세한 내용은 템플턴 재단의 홈페이지(www.templeton.org)에서 얻을 수 있다.

템플턴은 영성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재단의 에릭 바이스로겔 박사에게 문의해 달라고 덧붙였다. 펜실베이니아대 종교과학연구소 디렉터를 맡고 있는 그의 전화번호는 1-215-789-2200, 팩스는 1-215-789-2222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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