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의 골프칼럼]고마운 룰

김수정 MBC 골프캐스터(아나운서) | 2004.05.14 16:01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하다보면 일반적으로 룰(rule)에 대한 오해가 많아 멤버들이 모두 함께 착각하는 경우를 보게된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마킹(marking)을 하거나 혹은 마커(marker)를 치우다가 볼을 살짝 건드리는 경우, 벌타를 받는다고 알고 있는 골퍼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킹을 위한 명백한 의도였을 경우 이는 벌타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주말 골퍼들은 어떠한가? 인플레이 볼을 건드린다는 건 마치 뜨거운 감자라도 만진 것처럼 화들짝 놀라지 않는가? 또한 티샷을 하기에 앞서 상대방이 왜글(공을 치기 전 클럽을 전후나 좌우로 흔드는 것)을 하다가 볼이 티에서 떨어진 경우, "원래는 벌타인데 내가 마음씨가 좋아서 봐 주는거야?" 라며 폼을 잡은 적은 없으신가? 이 또한 인플레이볼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벌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벙커 턱 고무래에 걸린 상대방 볼이 고무래를 치우다 굴러 떨어져 벙커 안에 박혔을 때 모래 안에서 쳐야한다고 우기지는 않았는가? 사실은 '볼이 있던 자리에 마킹을 하고 고무래를 치운 후 그 자리에서 경기를 계속한다' 가 정답이다.

위에 제시한 몇 가지 사례들은 룰을 알아서 손해보기보다는 구제를 받는 경우들이다. 공식 경기 중에도 룰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득을 본 경우도 많다.

2003년 US OPEN 마지막 날 중계방송 때의 일이다. 무명선수로서 돌풍을 일으켰던 스탠포드대 석사 출신의 힐러리 런키가 우승 문턱까지 다가가고 있었고, 그의 절친한 친구 안젤라 스탠포드(참고로, 그녀는 이름과 달리 스탠포드대 출신은 아니다)와 최강의 소렌스탐이 맹추격을 펼치고 있었다. 파 5 18번 홀, 두 타 차이로 따라가는 상황에서 소렌스탐의 볼이 리더보드 게시판 뒤 숲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순간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이번엔 소렌스탐이 끝났구나' 하는 공감대가 퍼져나갔다.


경기위원이 와서 룰 적용에 대한 설명을 할 때까지만 해도 소렌스탐에게 다시 기회가 오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보통 때 보다 더 오래동안 중계 카메라가 그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유는 소렌스탐이 고정적으로 설치된 리더보드 뒤에 있던 자신의 볼은 비구선이 형성되는 곳으로 2클럽 길이 밖으로 빼내 드롭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경기 위원조차도 혼동되는지 무전기를 통해서 본부에 확인을 한 후
소렌스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렌스탐이 그 대회 우승은 놓쳤지만, 이 일은 아마추어나 프로 모두에게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때로 룰이라는 것은 '구원의 신'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소렌스탐이라는 세계 최고의 여자 골퍼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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