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레슨]여성 리더십의 시대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대표 | 2004.05.04 12:08
얼마 안 있으면 17대 국회가 시작된다. 전체 의원 299명 중 13%인 39명의 여성이 여의도에 상륙하게 되었다. 이는 15대의 3%, 16대의 5,9%에 비하면 참으로 괄목할 만한 숫자다.

또 전세계 여성의원의 평균 비율인 14.3%에 비해도 크게 손색 없는 숫자가 되었다. 가뜩이나 바람 센 여의도에 불어닥칠 '여풍(女風)'은 미풍일까, 강풍일까. 잠시 왔다 사라질 계절풍일까, 바다 밑까지 깨끗이 청소해줄 비 구름 동반의 태풍일까.
 
이러한 추세는 '배려'나 '우대' 차원에서 할당되던 여성 몫이 단순히 넓어졌다기보다, 부정과 부패로 얼룩진 한국 정치사에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국민적 요청이 이 정도로나마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지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으며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온 본인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지성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제2의 성'을 발표했을 때 파리의 지성들은 들끓었다. 단순히 포르노라고 폄하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페미니즘 경전'이라며 흥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성은 모름지기 마릴린 먼로처럼 섹스 심벌일 때 더욱 그 가치를 인정 받던 시대의 일이다. 어쨌든 불과 50년 전후로, 소위 문화가 만발하던 유럽의 한 나라에서조차 놀라던 그런 유의 일들이 이제는 한국의 정치 안방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 민족의 여성 리더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얼마 전 방영됐던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에서 잘 묘사됐던 것처럼 말이다. 장금과 한상궁의 올곧은 성품과, 자신의 일에 대한 끈질긴 천착, 편법이나 술수보다 끝내 실력으로 승부하고자 한 역량을 갖춘 리더십. '음식'이라는 여성 전유물적인 매개체를 통한 한상궁과 장금의 상하 관계는 단순히 지시하고 따르는 관계에서 신뢰하고 인정하며 길이 아니면 가지도 말 것을 엄중하게 타이르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었다.

 
"백성들이 좋은 뼈와 고기로 탕을 끓여 먹을 수 있느냐? 백성들이 네가 비법이랍시고 말한 타락을 넣어서 끓여 먹을 수 있느냐? 헌데, 너는 오로지 이기겠다는 마음에 음식에 대한 기본 자세를 다 내팽개치고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면서 좋은 머리로 편법이나 생각해낸 것이 아니더냐."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리더들의 4가지 역할'에서 남녀 공히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역할로 다음의 4가지를 들고 있다. 방향설정(Pathfinding), 한방향정렬(Aligning), 임파워링(Empowering), 그리고 모델되기(Modeling)의 4가지가 그것이다. 방향설정이란, 고객이 알고 싶어하는 것과 우리가 주고 싶어하는 것을 연관시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고, 한방향정렬이란 조직의 시스템과 구조가 사명이나 가치관과 한 방향으로 나아가, 기술적으로 정교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임파워링이란 무엇인가. 서로간에 잠재력을 키워 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재능, 열정, 공헌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다. 끝으로 모델되기란, 앞에서 말한 한상궁이나 장금이처럼 도덕적 성품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역량을 갖추어 신뢰를 쌓는 것이다. 한 마디로 셀프 리더십을 갖춘 리더랴야 비전을 제시하고, 정교한 조직을 구축할 수 있고, 상대를 세워줄 수 있으며, 그랬을 때 진정한 모델이 된다는 얘기가 아닌가.
 
경영학 용어에 '고객 만족'이란 말이 유행하더니 '고객 감동'이란 말로 진일보했다. 감동이 없는 시대에 '대장금 '이 던진 메시지는 바로 감동이었다. 그리고 그 감동의 진원지는 바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자애로움이, 신뢰라는 만유 공통의 덕목 위에 찬연히 빛났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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