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맥도날드와 디마케팅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4.03.10 10:32
지난 2002년 프랑스 맥도날드는 이런 광고를 냈다. "어린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세요." 정말 이상한 일이다. 매일 오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오지 말라니.

이는 패스트푸드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비판에 맞서 맥도날드가 취한 대응책이었다. 겉으로는 오지 말라고 얘기하지만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건실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고도의 목적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디마케팅이다. 마케팅이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면 디마케팅은 글자 그대로 고객을 잘라낸다는 의미이다. 고객을 구조 조정한다고 보면 된다. "우수고객 20%가 수익의 80%를 올린다" 유명한 20/80의 법칙이다.

조금 자세히 분석해보면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그 바로 아래 40%의 고객은 수익의 30% 정도를 창출하는 반면 하위 40%의 고객은 오히려 수익의 10%를 까먹는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상위 고객에게 충성을 다하고 손해가 되는 하위 고객들을 잘라내자는 것이 디마케팅이다.
 
명품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고 동경한다. 하지만 누구나 소유하게 되는 순간 그 가치는 사라진다. 이것이 명품의 딜레마이다. 명품 업체들은 그런 이유로 수요를 조절하려 한다. 루이뷔통 파리 매장의 경우 고객 당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의 수를 제한하기도 하고, 특별 기획물은 아예 일반인들이 살 수 없도록 유통경로를 차단하기도 한다. 이것은 명품의 디마케팅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디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평균 잔액이 100만원 미만이면 매월 일정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소액 고객은 비용만 유발시킨다는 이유에서다. 공과금 납부, 동전 교환 등 돈 안 되는 일은 거절하거나 수수료를 올린다.

창구 수를 줄여 고객을 불편하게 하고 현금인출기나 인터넷 뱅킹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쓸데없는 일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휴면 계정 정리, 서비스 유료화, 등록 실명제 등은 쓸데없는 비용만 유발시키는 고객을 정리하겠다는 인터넷 업체들의 필연적인 선택이다.


고객에 따라 차별화된 카탈로그를 보내는 것, 상습적인 반품족을 관리하는 것도 백화점이나 홈쇼핑업체의 디마케팅 전략이다. 모두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것이다.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한 디마케팅도 있다. 물 흐리는 사람을 원천 봉쇄하여 물 관리를 잘 하겠다는 의미이다. 홍대 앞 카페에 붙어 있는 "슬리퍼와 군복은 출입금지" 란 팻말, 중년의 아저씨들이 들어가려 하면 자리가 없다면서 퇴짜를 놓는 디스코 텍, "우리 옷을 사 입으려면 살을 빼세요" 라고 광고하는 옷 회사, "결혼은 아무나 하냐면서 은근히 약을 올리는 결혼중계 회사, "아무나 들어와 살 수 없다" 고 도도하게 광고하는 건설회사… 모두 디마케팅의 전형이다.

아무나 받지 않음으로서 고객의 만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회원 수를 1200명에서 반으로 줄이고 당분간 계속해서 줄일 예정이라고 발표한 곤지암 골프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불량고객을 걷어내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좋게 함으로서 최고급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마케팅하면 무조건 알리고, 고객을 확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카드사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한동안 정말 대단했다. 길거리마다 좌판을 벌리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조건 카드를 만들어 주었다.

그 결과 카드 빚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카드 회사들은 부실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가? 디마케팅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디마케팅은 마케팅의 반대말이 아니다.

고객 지향적인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디마케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객들이 자신의 가치를 알아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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