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盧 담당 안기부 직원,국정원장 정책특보로

중앙일보  | 2004.02.20 08:52

이화춘씨, 노무현 대통령과 '20년 인연'

1980년대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서 '노무현 담당' 으로 일했던 이화춘(57)씨가 지난 17일 국정원장 정책특보로 발탁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20년에 걸친 인연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경남고.영남대(영문과)를 졸업한 李씨는 75년 공채12기로 중앙정보부(안기부의 전신)에 들어갔다. 그는 8년 동안 미국 자료를 수집하는 내근 업무를 하다가 85년 5월 부산지부로 파견돼 법조를 담당하게 됐다. 전임자는 "'문제 변호사'가 네명 있는데 이들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당신의 주요 임무"라고 말했다. 이들 네명은 노무현.김광일.문재인(전 청와대 민정수석).이흥록(현 국가인권위 비상임위원)씨였다.

盧변호사는 인사차 찾아간 李씨와 점심을 같이하며 4시간 동안 노동.학생운동 사태 등 시국을 논했다. 8년간 미국 자료만 들여다봤던 李씨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盧변호사는 "당신같이 무지한 정보 요원은 처음 봤다. 당신 큰일났다"고 걱정했다. 李씨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盧변호사는 "교육을 받아야겠다"며 밤에 집으로 오라고 했다.

"광주항쟁 테이프를 보여주더군요. 일어서려는데 盧변호사가 소설가 황석영씨가 집필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란 광주항쟁 기록집을 주더라고요."

李씨가 "이러면 내가 당신을 잡아가야 한다"며 뿌리치자 盧변호사는 "나중에 잡아가더라도 일단은 읽어보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 盧변호사가 전화를 걸어 독후감을 물었다. 李씨는 "광주사태의 참혹상에 충격을 받아 밤을 꼬박 새웠다"고 답했다.


李씨는 盧변호사와 문재인 변호사가 같이 운영하는 '노동문제연구소' 겸 변호사 사무실을 출입했다. 사무실은 늘 학생.노동자로 붐볐다. 李씨의 '기관원 의식'은 무뎌져 갔고, 그와 盧변호사는 서로의 애환을 챙기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한다.

盧변호사가 자신을 도와준 적도 여러번 있었다고 李씨는 말했다. "한번은 시위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붙잡혔어요. '맞아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盧변호사가 '그 사람 내 담당이야. 나쁜 사람 아니야'라고 학생들을 달랬어요. 덕분에 풀려날 수 있었지요."

李씨는 87년 법조 출입을 끝냈고 93년엔 부산지부를 떠났다. 盧변호사도 88년 서울 정계로 진출했다. 김대중 대통령 정권 초기 국정원 개편 때 李씨는 국정원을 떠났고, 이어 부산의 노무현 경선.대선 대책 캠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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