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토지시장 이상과열 진정될까?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 2004.01.29 16:28
정부가 땅값 급등지역의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에 이어 토지거래허가제를 대폭 강화하는 등 토지시장에 규제의 칼날을 들이댄다. 이같은 규제는 이미 지난해 10ㆍ29대책 이후 대체 투자처를 찾아 떠돌던 시중 부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옮기면서부터 예측돼 왔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토지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경고해 왔지만, 열기가 식기는 커녕 오히려 후끈 달아오르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전체 토지시장의 과열양상을 부추겨온 판교, 김포, 파주 등 경기지역을 비롯해 천안, 아산 등 충청권과 같은 대표적 진앙지 외에도 최근에는 토지 경매시장마저 감정가의 두 배에 달하는 고가 낙찰이 줄을 잇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기업형 땅장사꾼들이 텔레마케터를 이용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개발예정 인접지의 토지 구매를 종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선심성 지역개발 발표를 서두르고 있는데다 주택시장의 규제에 따른 대체 투자처라는 점들이 혼재되면서 토지시장의 이상 과열현상이 야기돼 온 셈이다.

특히 이러한 분위기에 소위 '큰손'은 물론 '개미'들마저 '묻지마식' 땅투기에 동참, 거품을 조장해 왔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주장이다.

◇땅투기 진앙지〓최근의 토지시장 과열을 이끌어 온 곳은 무엇보다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끊이지 않는 지역들이다.

대표적인 곳이 정부가 서울 강남을 대체할 만한 신도시로 꼽는 판교택지개발지구. 지난해 연말 총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토지보상금이 풀린 이후 대체농지를 구입하려는 수요와 투기성 자금이 몰려들어 인근지역 땅값이 들먹이고 있다.

용인 수지에서 서울 세곡동을 잇는 23번 지방도 주변 땅값은 A급지의 경우 평당 1200만원선을 호가, 불과 3개월만에 평당 400만원이 뛰었다. 판교와 닿아있는 성남시 동원동과 궁내동 일대 대지는 평당 500만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농지는 평당 350만원선에 이른다.

보상금을 받은 판교 토지주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용인 동백지구 상업용지도 최근 1∼2개월새 평당 400만원이 올라 현재 평당 2000만원을 호가한다.

신행정수도 이전후보지도 같은 양상이다. 특히 충남ㆍ북과 대전 등 행정수도 이전 영향을 직간접으로 받은 지역의 경우 토지거래량이 급증하는 등 과열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지난해 1∼11월 토지거래량이 전년동기에 비해 53.8% 가량 늘었으며 충북과 대전도 같은 기간 각각 9.9%와 7.1%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땅값도 많이 올라 대전은 11개월만에 4.78% 정도 상승했다.

고속철도 개통 호재가 맞물린 천안ㆍ아산역 인근 송악, 음봉면 일대의 경우 평당 10만∼20만원하던 땅값이 최근 몇달새 30만∼40만원으로 두 배이상 뛰었다.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이전지역으로 유력한 경기 평택시도 땅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주둔할 미군들의 거처가 될 것으로 보이는 두정리와 함정리, 안정리 일대의 경우 땅값은 지난해 여름에 비해 2배 가까이 폭등했다.

평당 60만∼70만원대이던 도로변 관리지역의 경우 평당 150만원을 웃돌고 있고 용도변경이 가능한 녹지는 평당 100만원을 육박한다.


서울∼춘천간 동서고속도로 착공이 임박하면서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남양주시 와부읍 덕소리와 화도읍 차산리 일대 토지시장도 또다시 들썩일 조짐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내 전ㆍ답은 최근 1년새 두 배 가량 뛰어 평당 50만~80만원선이며 건축이 가능한 대지는 평당 150만원선을 기록중이다.

이밖에 LG필립스 LCD공장이 들어설 예정인 파주지역의 경우 신도시 개발계획과 함께 더블 호재가 맞물리면서 주변도로 인접 땅값이 평당 200만원을 호가한다. 공장 주변 1급지도 1년전에 비해 최고 100% 가량 올라 평당 80∼90만원선이다.

◇토지경매시장도 투기조짐〓이들 수도권 신도시 예정지나 개발 호재를 맞고 있는 지역들의 경우 토지경매시장도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매업계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인근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소재 1824평 규모의 토지경매에는 22명이 경합, 감정가인 14억3000만원보다 161% 높은 23억원에 낙찰됐다.

미군기지 이전과 광역교통망 확충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평택 고덕면 해창리 토지(410평)도 지난 20일 입찰 결과 감정가의 2.4배에 달하는 655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분당선 연장 호재가 기대되는 수원 영통구 하동의 332평짜리 땅은 감정가(3억1842만원)보다 1억원 이상 높은 4억3250만원에 최종 낙찰자를 선정했다.

대표적인 수도권 신도시 개발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화성시 향남면과 김포시 대곶면 일대 땅도 감정가대비 각각 214%와 165%에 낙찰됐다.

디지털태인 이영진 차장은 "통상 감정가대비 60∼80%선인 수도권 토지 낙찰률이 최근들어 최고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투기조짐이 일고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대책, 약발 먹힐까〓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을 예정인 토지거래허가제 강화 중심의 '토지시장 안정대책'이 어느 정도 약발로 작용할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정대책의 주요 골자는 실수요로 위장하는 투기자들을 걸러 내는 것이다. 토지 과다매입자나 빈번한 거래행위자 등과 같이 잘 알려진 투기자외에도 이들 '위장 투기자'들의 편법 투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수요 목적임을 입증하는 허가요건을 대폭 강화해 투기를 문전 차단하고, 여기에다 해당 자치단체가 이들 토지거래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틈새를 파고 든 '미꾸라지'까지 잡아 들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책은 특히 최근 거래되는 땅 대부분이 전ㆍ답 등 농지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중앙이아이피 박낙규 재테크연구소장은 "정부의 구상은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는데 일조할 것"이라며 다만 "전체 경기와 함께 부동산시장도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어서 정부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정작 농지가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의지마저 꺾는 정책은 철저히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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