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uccess]김연희 베인&컴퍼니 부사장

머니투데이 박응식 기자 | 2003.11.25 20:13
 '패션 오브 마인드(Passion Of Mind)'는 화려한 성공과 따뜻한 가정 모두를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여자들의 불안을 다룬 영화다. 데미 무어가 1인2역을 맡은 이 영화는 사랑과 일에서 두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하는 슈퍼우먼 컴플렉스를 꿈과 현실이라는 두 세계를 통해 보여준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성 파트너의 자리에 오른 김연희(38) 베인&컴퍼니 부사장. 그러나 그는 일 때문에 사랑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세계 3대 경영전략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 서울 사무소의 김 부사장은 지난해 1월 '컨설팅업계의 별'이라고 불리는 파트너가 됐다. 입사 10년만에 5번의 초고속 승진을 거쳐 이룬 결과다. '파트너'라는 직위는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이익을 나누어 가지는 회사의 주인에 해당한다.

세계 27개 베인&컴퍼니 사무소에서 3000여명의 컨설턴트들이 일하고 있지만 파트너는 200여명에 불과하다. 85명의 컨설턴트가 일하는 서울 사무소에는 그를 포함, 6명의 파트너가 있다. 하버드, 와튼 등 미국 일류 MBA(경영학석사) 출신들이 즐비하게 포진한 회사에서 순수한 국내파이기에 김 부사장은 더욱 주목을 끌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다른 컨설팅업체를 거쳐 지난 92년 베인&컴퍼니에 입사했다.

 #실력으로 승부

 컨설턴트는 당연히 미국 유학을 한 MBA 출신이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김 부사장은 강조했다. 컨설팅 실력은 많은 실무경험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외국에서 MBA를 취득했다는 것은 컨설팅업무에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석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고 되는 일도 아니죠. 얼마나 열심히 고민하고 얼마나 많은 고객들과 함께 일을 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그는 대학원에서 계량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는 그를 계량 분석의 달인이라고 부른다. 주니어 컨설턴트 시절부터 많은 데이터를 누구보다도 빨리 계량화하고 그 결과를 창의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김 부사장은 또 알아주는 끈질긴 승부근성의 소유자다. 기한과 목표가 주어지면 면밀하게 우선순위를 정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고 말았다고 한다. 10년전 출산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프로젝트에 몰두하는 모습에 당시 파트너가 걱정을 많이 했을 정도였다.

 그는 기업체의 전략을 재점검하고 업무 프로세스와 기업구조를 재조정하는 대규모 변화관리 전문가다. 국내 은행의 국제적 인수합병을 비롯, 건설 유통 전자 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전경련 등 기업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명강사로 꼽힐 만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탁월한 것으로 소문이 났다.

 그런 김 부사장도 과연 승승장구만 했을까. 그는 매니저(이사) 2년차 때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했다고 한다. 국내 은행을 외국계 펀드에 매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보수적인 은행을 변하게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고. 그러나 3년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 사람과 조직, 운영방식 등 변하지 않은 것이 없을 만큼 개선되는 것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프로는 아름답다


 " 이 일은 직급상 요구되는 자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단계 승진한다고 해서 일이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에요. 계속적으로 배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직업이죠"

 파트너가 되고 나서 남들은 성공했다고 말을 하지만 막상 올라와 보니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느꼈다는 김 부사장. 지적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듯한 그의 두 눈은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듯 보였다. "컨설턴트는 일반 기업체에서 3년에 겪을 일을 1년에 경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만큼 고된 일이죠. 그러나 끊임 없이 새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 컨설턴트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파트너가 되고 나서 새로운 고객 개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고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주니어 시절 프로젝트를 맡았던 한 유통업체와 7년 동안 비즈니스를 지속할 정도로 한 번 일을 해본 고객이면 그의 성실성과 업무능력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된다고 한다.

 그는 직설적이고 몰입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반면, 사람을 다루는 데 세련되지 않은 것이 약점이라고 그는 밝혔다. 후배 컨설턴트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지만 칭찬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객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민감한 부분을 직설적으로 이야기해도 고객들이 잘 받아들일 때는 강점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일, 사랑 그리고 가정

 김 부사장은 사회생활 이전부터 일과 가정에 대한 생각이 확실했다. 여자로서 평생 일하는 것을 보장하는 회사와 남편을 선택하기로. 그래서 처음부터 외국계 컨설팅회사에 입사했고 자신의 생각을 인정해주는 사람이었기에 주저없이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고 전했다.

 그는 벤처회사를 운영하는 현재의 남편을 대학원 재학 시절 만났다고 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처음 본 순간 첫눈에 반했다고. "서울대생들도 첫눈에 반하느냐"는 기자의 짖궂은 질문에 그는 파안대소했다.

 그는 일 때문에 독신을 고집할 생각도 없었고 그 점에 관해 사고방식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과 결혼하기로 '의사결정'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일로 지쳐있을때 자신을 격려해주는 남편과 사랑스런 열살 짜리 아들이 큰 힘이 된다고 자랑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베인& 컴퍼니 본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이스라엘 여군 출신의 오릿 가디쉬 회장이다. 세계 3대 컨설턴트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가디쉬 회장은 전세계 여성 컨설턴트들이 닯고 싶어하는 롤 모델이다.

 김연희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를 나서는 순간, '한국의 오릿 가디쉬'가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 클릭

  1. 1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2. 2 선우은숙 "면목 없다" 방송 은퇴 언급…'이혼' 유영재가 남긴 상처
  3. 3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4. 4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
  5. 5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