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눈맞추기 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3.10.21 21:20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노사분규로 악명이 높았다. 분규를 겪고 나면 현장은 늘 후유증으로 힘겨워했다. 임금인상에 합의 함으로서 겉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오고 갔던 험악한 말, 섭섭했던 일, 서로에 대한 오해 등으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만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당시 나는 공장의 현장 책임자로서 그런 문제를 몸으로 겪어야 했다. 이런 현장에서의 갈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장님은 아침 인사운동 할 것을 제안했다. 아침에 먼저 출근하여 공장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라는 주문이었다. 귀찮기도 하고, 솔직히 인사를 한다고 그것이 무슨 효용성이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지시는 지시인지라 몇 주에 걸쳐 꾸준히 아침 인사 운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나와 눈 마주치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눈을 마주치는 직원들의 숫자가 증가했고 그에 따라 공장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하지만 끝내 나와 눈 마주치는 것을 거부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다른 쪽을 보고 나를 무시 함으로서 나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몇 주가 지나도 그들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나는 일과 시간에 그들을 사무실로 불러 차를 대접하며 면담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마음 문을 닫고 잘 얘기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면담 시간에 나는 절대 공장 얘기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개인사에 지극한 관심을 보였다. 가족은 어떻게 되는지, 본관과 고향은 어디이고 언제 올라왔는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이고, 결혼은 언제 어떤 계기로 했는지, 가정에서의 어려운 일은 없는지, 주말에는 무엇은 하는지 등 소프트한 주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데 집중했다.

처음에는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던 그들이지만 질문을 하고 열심히 들어주자 이내 마음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쯤이면 서로간에 어느 정도 감정적인 교류가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면담이 끝난 후에는 거의 예외없이 아침 인사 때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면서 공장의 분위기는 급속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시작한 아침 인사 운동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충성심을 보이는지,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간단하다. 얘기를 주고 받을 때 서로의 눈을 보면 이 조직은 건강한 조직이다. 하지만 서로를 외면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그 조직에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상사가 주재하는 회의에서 컴퓨터만 째려 보고 있다면 그 상사의 말은 전혀 먹혀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부서끼리 하는 회의에서 다른 부서장이 얘기할 때 딴청을 하고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틀림없다. 이는 남녀간에도 마찬가지이다. 애인이 변심을 한 것 같을 때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가? 바로 "내 눈을 똑바로 봐"이다. 눈은 거짓을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이다.

머크란 회사는 리더십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자신을 아는 것, 사람을 아는 것, 비즈니스를 아는 것. 이 중에서 리더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바로 사람을 아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한 것이다. 사람을 아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의 눈을 보는 것이다. 나를 똑바로 보고 있는지, 서로를 바라보고 얘기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담아 얘기하고 있는지…매출, 이익, 주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직원들의 눈빛이다. 눈빛을 읽어내고 거기에 대해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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