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높은 목표를 설정해주는 상사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3.10.01 08:34
박 전무는 모시기 까다로운 상사로 소문나 있다. 무엇보다 결재 받기가 힘들다. 꼬치꼬치 이것 저것 다 물어본다.

이 일을 추진하는 목적이 무엇이냐? 위험 요소는 없느냐? 다른 방법은 생각해 보았느냐? 이 일에 대해 경쟁사는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느냐? 해외 동향은 어떠냐? 직접적인 효과는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언제쯤 그 결과를 알 수 있느냐? 이 일을 하는데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을 일은 없느냐? 이 일을 추진할 때 예상되는 반발이나 저항세력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거기에 어떻게 대처할 예정이냐?
 
이렇게 여기 저기를 찔러보니 웬만큼 준비해서는 다 들통이 나게 되어 있다. 자신이 완전하게 이해하고 설득이 될 때까지 물어보고 확인을 한다. 그에게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그런 까탈스러움 때문에 그에게는 적이 많다. 반면에 열성 팬도 그 못지 않게 많다. 그를 좋아하는 부하의 얘기다.

"저도 소문을 듣고 처음 결재 받기 위해 들어갈 때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완전히 내가 이해하고 소화할 때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했지요. 덕분에 그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성공적으로 막았습니다. 몇 번 그런 경험이 쌓이자 그는 보지도 않고 결재를 하더군요. 그 분은 나름대로 기준이 세워져 있고 그 기준을 통과할 때까지만 까다롭게 굽니다. 일단 기준을 합격하고 나면 탄탄대로지요. 부하직원에게 신뢰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입니다. 상사로서 검증 안 된 직원에게 전후 좌우의 사정과 자초지종을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그렇게 함으로서 목적을 분명히 하게 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은 상사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훌륭한 상사라고 생각합니다. 까다롭고 귀찮게 군다고 상사를 비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얼마 전 타계한 고려대의 김인수 교수님은 여러 사람이 존경하는 훌륭한 분이다. 그 분의 제자로부터 들은 얘기다.

"김 교수님은 까다롭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석,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죽음입니다. 교수님 사전에 대충, 대강이란 단어는 없습니다. 어떤 학생은 거의 10년을 박사과정에 있기도 합니다. 졸업을 안 시켜 주는 것이지요."

보다 못한 학생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따졌더니 김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제 역할은 높은 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 목표를 달성하느냐는 학생들의 몫이지요. 목표를 달성 못했는데 졸업을 시키는 것은 저를 위해서, 제자를 위해서, 무엇보다 그런 사람을 취직시켜준 회사나 학교를 위해 불행이지요. 제 이름을 걸고 배출한 학생이 실력이 없다는 얘기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완벽을 추구합니다."

최악의 상사는 부하직원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 사람 밑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얼마든지 생활할 수 있다. 당시에는 편하고 좋지만 그런 사람과 같이 있다 보면 아무런 발전 없이 나이만 먹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 상사보다는 당장은 힘들고 괴로워도 지적 자극을 받고 배울게 있는 상사가 좋은 상사이다. 박 전무나 김인수 교수가 전형적인 후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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