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 알프레드 노벨의 부고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3.08.27 12:23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엄청난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은 어느 날 아침 신문을 보다 충격을 받는다. "죽음의 상인, 노벨 사망"이란 기사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칸느에 살고 있던 형제의 죽음을 착각한 어떤 기자가 오보를 낸 것이다. 별 것 아닌 사건이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저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무언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노벨상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은 책을 소개하고 싶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라는 책이다. 말 그대로 죽음에 대한 얘기이다. 이 책은 수 십 년간 죽음을 지켜본 의사가 죽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써 내려간 글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의학적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가장 친했던 형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입장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죽음에 대해 아예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죽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에 따라 삶에 대한 태도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는 중요하다.

죽음에 대해 늘 생각하는 사람과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경영 방식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중학교 때 담임 선생님인 필리글라 신부님의 다음 말을 꼽고 있다. "너는 죽을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느냐?"
 
늙어서 죽는 것은 없다. 모든 죽음에는 병명이 있다. 만약 죽음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까? 심장질환, 알츠하이머, 에이즈, 사고와 살인, 자살, 암…. 알츠하이머 같은 병은 본인보다는 주변 사람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우리는 죽음의 종류를 선택할 수 없다. 죽음은 어느 날 조용히 우리 곁에 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이 가까이 왔을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취할 것이냐는 것이다.
 

주변에 가까운 분이 말기암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항암치료를 해도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겠는가? 1%의 가능성을 믿고 그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남은 기간이라도 편안하게 살다 보내겠는가? 정말 어려운 결정이다. 저자는 장암으로 가장 친했던 형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의사로서 치료가 불가능하고 남은 시간이 없음을 알지만 저자는 끝내 사실을 밝히지 못한다.

항암치료를 하면 낫는다고 믿었던 형은 회복되리라는 '근거 없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버티다 세상을 떠난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할 시간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 일은 저자에게 큰 후회로 남는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게 마지막 시간이 찾아온다면 생을 좀 더 연장하기 위한 헛된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며, 그로 인한 공연한 고통은 더더욱 받지 않을 생각이다. 죽음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하며 나는 우아하게 죽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마지막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암에 걸린 49세의 한 변호사는 죽어가는 자신의 현실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죽음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성탄절 파티를 성대하게 연다. 매년 성탄절 파티를 열었던 그는 마지막 성탄절에도 변함없이 친구들을 초대한다. 진통제를 맞아가며 성대한 파티를 치러낸 그는 아내에게 말한다. "당신 알아? 죽기 전까진 최대한 재미있게 살아야 된다고!" 그는 두려움 속에서 떨고 이를 부인하기 보다는 남은 시간을 최대한 즐기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죽음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모두에겐 죽음이 무르익어 찾아올 때가 되었소, 우리가 죽어야 다른 것들이 자랄 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산 뒤에 남의 시간까지 탐해서는 안 되겠죠." 제퍼슨이 말년에 친구인 존 애덤스에게 쓴 편지이다. 죽음에 대해 생각을 정리했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 죽음은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일년 후에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면 가치관이 달라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이 변할 것이다. 노벨이 죽음에 대한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을 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오늘날 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이 한 번쯤 던져 보아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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