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 교육자로서의 경영자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3.05.14 14:24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말이 있다. 가르침과 배움이 서로 도움을 주며 길러준다는 의미이다. 좋은 안주가 있어도 먹어보지 않으면 맛을 알 수 없고, 도리도 배우지 않으면 훌륭함을 알 수 없다.

배워야 부족함을 알게 되고 가르쳐 보아야 곤란함을 알게 된다. 배움과 가르침은 다른 개념같지만 사실은 동전의 앞뒤처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으로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이다.
 
큰딸 화영이는 공부를 무척 잘 한다. 특별히 무엇을 시키거나 한 것이 없는데 공부를 잘하는 것을 보면 신통하고 기특하다. 화영이가 공부를 잘 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다름 아닌 제 동생 지연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 화영이는 늘 학교에 다녀와서는 동생을 상대로 선생님 노릇을 하곤 했다. 학교 선생님이 하는 모양 그대로 동생에게 실습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개념을 설명하고, 못 알아들으면 야단도 치고, 받아쓰기도 시키고, 질문을 하여 학생이 확실히 이해를 했는지 확인하고... 화영이는 동생을 상대로 선생님 노릇을 하면서 자기가 배운 것을 완전히 소화한 것이란 생각이다.
 
무학무식한 집안에서 어렵게 공부한 최 박사는 학계에서 알아주는 거물이다. 여러 정황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저런 사람이 태어났을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야말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이다. 무엇이 지금의 박사님을 만들었습니까 라고 묻자 그는 서슴없이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대답을 한다.

"저희 할아버지는 일자무식이었습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었지요.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할아버지가 제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이번 기회에 나도 좀 배우고 싶다.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들은 후에 내게 가르쳐달라고. 할아버지에게 전달을 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셈이지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한눈을 팔겠어요. 학교 다니는 동안 늘 그런 태도를 유지한 게 오늘날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공부를 잘 한 것은 철저히 할아버지 덕분입니다."

 
그저 막연히 배우는 것은 정말 효과가 적다. 얘기를 들을 때는 그럴 듯 해 고개를 끄덕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까맣게 잊게 된다. 결국 온전한 내 지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들은 것(what I hear)은 가장 쉽게 잊어버린다. 본 것(what I see)은 그것보다는 오래 유지된다. 경험하고 실천하게 되면(what I do) 훨씬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오래가고 효과적인 것은 바로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 것(what I teach)이다. 신기해 보이지만 신기할 것 없는 자연현상이다. 비용을 많이 지불한 순서대로 오래 가고 자신의 지식으로 남는 것이다.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배우면 우선 배움의 자세가 달라진다. 그야말로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듣게 되는 것이다.

남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듣고 소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실천을 하면서 문제점도 파악해야 하고, 무엇보다 철저하게 믿고 확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르침이 가능한 것이다. 얼마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행위인가? 누군가를 가르치다 보면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되며 무엇보다 스스로 얼마나 무식하고 미천한 존재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가르치다 보면 겸손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많이 아는 것 같아도 몇 번 떠들고 나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본전이 다 들통나는 것이다. 가르칠 것이 없는데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애를 쓰는 것은 방전된 배터리로 시동을 걸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누군가를 잘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내공이 축적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경영자들의 역할 1번은 교육자로서의 역할이다. 직원들을 직접 가르쳐야 하고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들을 가르침으로서 경영자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직원의 성장을 통해 회사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교육의 효과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경영인이 있는데 이럴 경우 다음 방법을 사용해 보길 권한다. 직원들 교육 보내면서 직원에게 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것이다. "자네 교육받은 후 나한테 30분에 걸쳐 요약설명을 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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