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돼지 팔고 카나리아 사라"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 2003.04.30 15:14
초등학교 시절 매일 오후 동네에서는 축구경기가 벌어졌다. 고만고만한 애들끼리의 경기지만 꽤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별 것 아닌 동네축구였지만 그 경기에 이기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정열을 쏟았다.

경기에 불리한 행동은 일체 하지 않았으며 (웬 징크스는 그렇게 많은지, 예를 들어 물을 먹으면 경기 중에 속이 출렁거린다는 얘기 때문에 물도 안 먹고), 코치의 작전에 따라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는 무엇보다도 누구와 편을 먹었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가끔 예외가 있긴 했지만 몇몇 스타 선수가 우리 편이냐 아니면 적의 편이냐에 따라 승패는 냉정히 결정되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애들은 스타 선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선수를 끌어들이기 위해 평소에 친절한 것은 기본이고 때에 따라 딱지, 구슬, 팽이 등 뇌물(?)도 기꺼이 바치곤 했다. 그 날의 운수, 전략, 심판 판정도 중요하긴 했지만 그것은 그 다음 문제였다.
 
"슬로건이나 연설만으로는 아무 것도 변화시킬 수 없다. 그것은 변화가 필요한 곳에 적당한 사람을 배치함으로서 가능하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이고, 전략이나 그 외의 것들은 그 다음이다." 잭 웰치의 말이다. 상품과 서비스도 중요하고, 전략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영에서의 핵심은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란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누구에게나 잘 대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또 그런 얘길 들으면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반응도 가지가지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어떻게 잘 하느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오래 붙어있질 않으니 무작정 잘 해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 도대체 잘 해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냐, 잘 해주고 싶어도 좋은 사람들이 와야 할 것 아니냐, 좋은 사람의 의미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그런 의미에서 회사가 어떤 인사정책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은 생존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것이다.

동네축구에서와 같이 인사의 시작은 바로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데서 출발한다. 올바른 사람을 뽑는 것이 성공의 첫 걸음인 것이다. 돼지에게 많은 비용을 들여 노래를 잘 부르게 하는 것보다, 돼지를 팔고 카나리아를 구입하는 것이 좋은 노래를 듣는 첩경이다.
 
채용에 관련해 먼저 생각할 것은 채용은 누구의 책임이냐 하는 것이다. 채용은 인사부 사람들의 일이 아니고 사장을 포함한 관리자의 가장 우선순위 높은 일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가장 큰 실패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사람을 뽑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철저하게 분리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뽑는 사람조차 누구를 뽑는지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지 제대로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을 뽑고 배치했던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서는 (아직도 그런 기업이 있다) 대졸사원을 기 천 명씩 무더기로 뽑는다. 대강 전공과 연고만으로 사람을 계열사에 배치했다.

전자과를 나온 사람은 전자 쪽에, 화학과를 나온 사람은 화학과에, 문과출신은 인사나 총무쪽에, 또 부산 출신은 부산에 있는 공장에... 이는 마치 김장철의 배추를 품질도 확인하기 전에 밭으로 사는 밭떼기 구매와 똑같다. 밭떼기란 것은 품질확인보다는 물량확보가 우선이다.

사람의 머릿속 품질이 중요한 게 아니고 사람의 머리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뽑은 사람도, 뽑힌 사람도 다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얼마나 무식한 방법인가? 그러다보니 채용의 원칙도 좋은 대학을 나왔느냐, 군대를 갔다 왔느냐, 남자냐 여자냐, 입사시험 성적이 어땠느냐가 다였다.

인터뷰도 몇 명씩 앉혀놓고 진행을 한다. 사람 뽑는 일을 인사부서에 일임하는 것은 나와 살 배우자를 고르는데 외주용역을 주는 일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는 일선의 관리자가 가장 잘 안다.

또한 내가 뽑은 사람이 아닐 경우는 책임감도 희박해지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나는 원치 않았는데 부모님이 점지해준 배우자와 사는 것과, 내가 좋아서 선택한 배우자와 사는 것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크다. 채용(hire)도 해고(fire)도 다 비용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을 어떻게 채용할 것이냐는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는 길이다. 그 첫 번째 단추는 인사권에 대한 오너십이다.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부서와 매니저가 뽑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사장인 당신은 최종적으로 그를 면접하고 허락할 권한은 갖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사람을 뽑는데 40분밖에 투자하지 않았다면 그 사람으로 인한 잘못을 수정하는데 400시간이 들 것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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